by이승현 기자
2015.11.28 12:06:2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올 한해 끝 모르게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내던 건설사들이 내년에는 물량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내내 성장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지난달부터 이상 징후를 보이면서 내년 주택 경기에 대한 ‘적신호’가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이 두달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습니다. 10월 수도권 집값 상승률(0.49%)도 전달(9월, 0.73%)보다 낮아졌습니다.
공급 과잉 논란도 문제입니다. 올해 연간 아파트 분양 물량이 48만가구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많이 공급됐습니다. 그동안 공급이 적었던 점을 고려해도 너무 많은 새집이 시장에 나온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2~3년 이후에 공급 과잉으로 인해 2012년과 같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 용인·김포·파주 등 올해 공급이 많았던 수도권 신도시들이 가장 큰 우려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분양 시장의 비수기라고 하는 12월에도 분양 시장은 뜨겁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3만 6872가구로, 예년 3년 평균 물량(1만 9589가구) 보다 88%(1만 7283가구) 많습니다. 그야말로 분양 광풍입니다.
시장에서 이런 경고등이 들어오자 밀어내기 분양에 혈안이 됐던 건설사들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내년 분양 물량을 올해보다 줄여 물량 조절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각 기업과 연구소들의 조사를 보면 내년 분양 물량은 올해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건설사들이 지금이라도 물량 조절에 나선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깁니다.
문제는 건설사들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몇 년간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장이 정리된 건설사들이 지난해와 올해 반짝 살아난 부동산 경기 덕분에 숨통을 좀 트였는데 내년부터는 다시 먹을거리 걱정을 하게 생겼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몇년치 일을 다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올해야 좋지만 내년부터 할일이 없다는 우려 섞인 푸념입니다.
아파트 사업을 하진 않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이 이번 주 초 전임직원 대상으로 1개월 무급휴가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이미 찬겨울을 보내고 있는 엔지니어링업계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머지않아 일반 건설사 역시 유사한 상황을 겪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