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퀀텀점프 시도

by윤종성 기자
2011.07.19 10:32:49

두산인프라코어 창원 공작기계 공장 르포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올해 사상 최대실적 목표
공장가동률 120% 넘어..납기일 맞추려 공장 풀가동

[경남 창원=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15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인프라코어(042670) 공작기계 공장.

아침부터 찌뿌듯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공장을 둘러본 지 한시간이 채 안되서다.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던 빗줄기는 오후 들어 서서히 가늘어지더니 어느새 뙤약볕이 내리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비 오는 풍경이지만, 혼자서 피식 웃었다. 마치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의 지난 3년간의 행보를 보는 것 같아서다.

한때 잘나가던 공작기계 사업부는 2009년 들어 두산그룹 BG(business Group) 중 최악의 실적을 거둔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2008년말 터진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수요가 끊긴 탓이었다. 일감이 없어 56일이나 공장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1년 중 석달(월 평균 20일 근무기준)이나 쉰 셈이다.

그 사이 매출도 크게 줄었다. 2007년(1조227억원)과 2008년(1조751억원) 2년 연속 1조원을 넘었던 매출은 2009년엔 5198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생산대수도 2007년 1만234대에서 2008년에는 9082대로 떨어진 뒤 2009년에는 4549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공작기계사업부가 다시 제자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한국과 중국의 공작기계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1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조459억원으로 올라섰다. 절치부심 `백조`로 변신한 공작기계사업부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의 갱신을 노린다. `흐림-갬-맑음`의 공작기계 사업부의 모습이 이날 날씨와 몹시 닮았다. 
 

▲두산인프라 창원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공작기계를 조립하는 모습




1년에 1만2000대 이상의 공작기계를 생산한다는 창원 공장은 공작기계 사업부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듯 눈코뜰새 없이 바쁜 모습이다. 평균 근속연수 24년의 숙련공들이 아침 일찍부터 250여종의 공작기계(Machine Tool, Mother Machine) 제작에 여념이 없다.

8시간 정상 근무에 늘어난 잔업까지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지만, 얼굴엔 피곤한 기색 하나 없다. 오히려 `2009년의 악몽`을 생각하면 지금의 바쁜 일과가 마냥 감사한 모습이다.

김재섭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BG장(부사장)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의 실적 상승과 중국 시장의 급성장으로 공작기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자동차 부품에 대한 주문요청이 많다"고 전했다. 

올 들어 창원 공작기계 공장은 가동률 120%를 넘나들고 있다. 김 부사장은 "납기일에 맞춰 물량을 공급하려면 잔업을 늘려 공장을 24시간 돌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주문 요청이 밀려 있어, 지금 발주해도 내년에나 제품을 받아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 대지진 이후엔 자재 수급을 맞추는 게 가장 큰 골칫거리다. 김태형 두산인프라코어 전무는 "일본에서 공작기계 주요 부품인 정밀 베이링, 정밀 센서 등을 수입해 왔으나, 대지진 이후 수급이 여의치 않다"면서 "지금은 독일과 대만 등지에서 대체제를 수입해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소싱을 다변화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를 기점으로 공작기계 사업이 다시 한번 퀀텀점프(Quantum Jump, 대약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세계 공작기계 시장의 46%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에서의 생산능력 확충을 연내 확정짓는다.
 
김 부사장은 "아직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중국 공장의 생산 규모를 두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며 "수년 안에 세계 공작기계 시장의 55%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더 확대해 주도권을 잡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생산능력 확대를 발판 삼아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현재 2.2% 수준에서 향후 5년 안에 5%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두산인프라코어는 브라질과 터키, 동유럽 등지에 신규 공장을 건설, `글로벌 생산벨트`의 구축도 검토 중이다. 
 
자신감을 찾은 김 부사장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털어놨다. 그는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호조와 올 4분기 IT 투자 회복 등이 예상돼 하반기에도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부문의 매출 목표로 1조800억원을 제시했지만, 그 이상의 실적을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