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투자)④"10년 이상 가져가라"

by조진형 기자
2006.03.16 11:00:01

해외펀드투자 관심제고..묻지마 투자는 지양해야
해외지역도 분산투자는기본..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펀드열풍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해외 주식형펀드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해외펀드에 대한 환상이 지나치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 자산배분에 대한 고려없이 단기수익을 위해 해외펀드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사들도 올들어 해외펀드가 인기를 끌자 일단 팔고 보자는 급급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잘못된 해외펀드 투자로 소중한 투자자금을 잃고 나서 어디에 하소연해도 소용없다. 해외펀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바람직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해외펀드의 의미는 자산배분에 따른 분산투자에 있다. 해외펀드는 국내펀드의 '보완수단'이지 '대체수단'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대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투자하라는 것.

물론 단기시황에 좌우되는 마켓타이밍을 노린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해외시장을 잘 아는 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아무리 최근 과거 실적(레코드)이 좋아도 이머징마켓펀드로 투자자산을 '올인'해서는 안된다. 특유의 변동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브릭스 국가의 주식형펀드 수익률 간의 표준편차는 대부분 선진국인 북미나 영국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의 두배를 기록하고 있다(★표참조).

브릭스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대부분 10%를 상회하고 있지만 심한 변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이달 들어 지난 주말까지 코스피 지수가 3.8% 하락하는 동안에 러시아와 중국, 브라질 등은 모두 6%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심한 변동성을 나타내주고 있다. 단순하게 마켓타이밍을 노리고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급락장에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국내시장이라면 발빠른 환매 등으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시장은 일반투자자들이 접근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도 찾기 힘들다. 또 국내 운용사 설정한 해외펀드와 펀드오브펀드는 투자자의 환매 요구시점의 일주일 뒤에 기준가가 나오는 리스크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해외펀드 투자를 단기수익처로 잘못 접근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태껏 팔린 해외펀드 대부분이 적립식이 아닌 목돈을 투자하는 거치식으로 투자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판매사들에 따르면 해외펀드 판매액의 80~90%가 거치식 투자로 이뤄지고 있다.

한 판매사 해외펀드 담당자는 "자금에 여유가 있는 거액 투자자들이 해외펀드를 자산배분 차원에서 많이 가입한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해외펀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투자자들이 단기차익을 생각하고 돈을 몰아넣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거치식으로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가 올들어 조정장에서 환매한 자금들이 해외펀드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펀드, 특히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는 철저하게 장기투자로 가져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 84년 설정돼 현재까지 한국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코리아펀드가 이머징마켓에서의 장기투자 중요성을 반증해주고 있다.

코리아펀드가 84년 설정 이후 지난해말까지 거둔 수익률은 무려 2457%에 달한다. 현재의 이머징마켓보다 변동성이 더욱 심했었던 국내 시장에서 대박을 거둔 것이다. 코리아펀드도 국내 시장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지난 IMF의 영향으로 수익률이 97년에는 마이너스 50%를 기록하기도 했고 IT버블과 코스닥 버블도 맞았다.

코리아펀드의 자문을 맡고 있는 도이치투신운용측은 "10~15년전 코리아펀드는 그 당시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SK텔레콤을 사놓고 매우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었다"면서 "이머징마켓 펀드는 운용전략도 이런 혜안을 가져야 하고, 투자자도 장기적으로 쫓아와야 좋은 수익을 거둬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변동성이 심한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당시장에 대한 성장성을 굳게 믿고, 기다리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는 "해외펀드가 수익률이 좋다고 무작정 승차하고 안좋다고 하차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 "해외펀드는 분산투자 차원에서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제요 한국투자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는 스스로 위험을 부담하고 대가를 받는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투자해야 한다"면서 "결국 투자자의 자산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펀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