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딜 주춤한 M&A 시장…파고드는 중견기업
by허지은 기자
2025.03.03 16:45:53
[미들마켓 M&A가 뜬다]①
최근 3년간 M&A 10건 중 7건은 중견·벤처
빅딜 대비 자금 조달 유리…밸류 증대 용이
올해 티웨이·아워홈·프리드라이프 등 활발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미들마켓(중견·중소기업 대상) M&A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 M&A는 대기업이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이끄는 대형 거래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고금리에 대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수조원대 ‘빅 딜’ 보다는 중견·중소기업의 인수합병을 중심으로 딜 성사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금리와 자본시장 침체 속에서 최근 3년간 미들마켓 M&A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수천억원 대 딜을 의미하는 미들마켓 M&A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나 사모펀드의 투자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 측면에서 볼 때, 초대형 거래 대비 성장 여력이 높고 투자 난이도가 낮다고 평가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M&A 거래를 분석한 결과 연간 거래 건수 별 중소·벤처기업의 M&A 비중은 △2021년 525건 중 363건(69.1%) △2022년 575건 중 389건(67.7%) △2023년 464건 중 316건(68.1%)로 매년 70%에 육박했다. 대기업 딜은 10건 중 3건에 불과할 정도로 미들마켓 M&A 규모가 급성장한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 인수(잔여 지분 기준 2000억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지분 58% 기준 8695억원) △웅진의 프리드라이프 인수(지분 100% 기준 1조원) 등 굵직한 미들마켓 거래가 진행 중이다. 인수 측은 대부분 재무적 투자자(FI)를 우군으로 확보했지만, 자체 자금도 수천억원 이상 투입하며 거래 종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달 소노인터내셔널을 통해 예림당과 나춘호 예림당 회장, 나성훈 예림당 부회장, 황정현 티웨이홀딩스 대표가 보유한 티웨이홀딩스 주식 전량(46.26%)을 25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3월 정기 주주총회 이전에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대명소노 입장에선 정기 주총 이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 경영권 인수를 마무리한 뒤 주총에서 이사회에 진입하는 것이 최적의 시나리오다.
다만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에 시일이 걸릴 경우 티웨이항공 인수전은 장기화될 수 있다. 현재 대명소노는 티웨이항공 2대 주주이자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로 올라 있는데, 티웨이항공 인수를 위해선 공정위 승인이 필수적이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당시 인수 계약 체결(2020년 11월 17일)과 기업결합 신고(2021년 1월 14일) 이후 조건부 승인은 1년여가 지난 2022년 2월 22일에 나온 바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급식업계 2위 아워홈 인수도 순항 중이다. 한화는 지난 11일 아워홈 지분 58.62%를 총 869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분 100%를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인수금융 주선사인 우리은행은 연 4%대라는 파격적인 우대 금리로 지원 사격에 나선다. 이번 딜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한 만큼 딜 성사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웅진(016880)의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 인수 역시 대표적인 미들마켓 딜로 기록될 전망이다. 웅진의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지분 100%를 기준으로 한 프리드라이프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7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VIG파트너스로부터 프리드라이프 지분 20%를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가 1조원이어서다.
웅진은 자체 자금으로 2000억~3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과 재무적 투자자(FI)인 유진PE, 전략적 투자자(SI)로 웅진그룹 계열사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인수금융과 전략적 투자자(SI)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웅진그룹 지주사 웅진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80억원에 그친다. 그룹사 전체로 봐도 자금 창출 여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