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물가 우려에…한은, 0%대 금리 시대 끝냈다(상보)
by최정희 기자
2021.11.25 09:42:35
한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8월 이어 두 번째
가계부채 증가율 6% 목표에 금리 인상으로 보조 맞춰
올 물가 이미 2.2% 올라…기대인플레이션율 2.7%로 급등
13년만에 가장 높게 오른 수입·생산자물가, 물가부담으로 이어지나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월에 이어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1.00%로 올라섰다. 작년 3월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0%대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뉴질랜드에 이어 금리를 두 번 인상한 국가가 됐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출처: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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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기준금리를 8월에 이어 11월에도 추가 인상한 것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고 물가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관심은 내년 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다. 이주열 총재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3월말 이전에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전 수준인 연 1.25%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
한은은 25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8월에 이어 석 달 만에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기준금리는 연 1.00%로 올라섰다.
이번 한은의 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이 총재는 지난 달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1월 금리 인상을 해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등 채권 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전원이 이달 금리 인상을 점쳤다.
한은이 넉 달 새 두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언급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한은의 금리 인상에 가계대출은 8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이미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 6%를 넘어섰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9월말 1744조7000억원으로 전년말(1632조원)보다 6.9%, 112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미 목표치 6%를 훌쩍 넘어섰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34조7000억원, 2분기 41조원 증가에서 3분기 37조원 증가로 증가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증가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월말 104.9%로 37개국 중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레바논(120.9%) 다음으로 높다. 높은 가계부채 규모는 내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의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경제 위협 요인이 되고 있으므로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 올라 9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점도 금리 인상의 주된 근거가 되고 있다. 이미 올 들어 10월까지 물가상승률은 2.2%를 기록, 9년 만에 물가목표치(2.0%)를 상회할 전망이다.
특히 11월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의 물가상승률)은 한 달 새 0.3%포인트나 올라 2.7%로 2018년 8월(2.7%)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병목 및 항만 물류 적체 등의 원가 상승 부담이 수요측 물가 상승마저 자극하고 있다는 의미다. 10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전년동월비 각각 35.8%, 8.9% 올라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수입·생산자 물가상승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은 연 1.25~1.50%에서 막을 내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데일리가 조사한 채권 전문가 10명 중 7명이 내년말까지 금리가 연 1.5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명은 1.25%, 1명은 1.75%를 전망했다. 10명 중 8명은 내년 1분기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한은이 내년 1월 추가로 금리를 올리게 된다면 6개월새 금리는 무려 0.75%포인트 인상된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수준에 비해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금리 인상 결정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출 금리의 급격한 상승이 경기 회복 불씨를 꺼뜨릴 수 있어서다. 9월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3.18%, 신용대출 금리는 4.15%로 올라 2019년 6월(3.25%, 4.23%)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는데 이 당시 기준금리는 연 1.75%였다.
대출의 지표금리가 되는 코픽스 금리는 1.29%로 올랐고 3개월물 은행채 금리는 1.3%를 넘어섰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가계 대출 이자부담액이 6월말 기준으로 12조5000억원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급증하는 이자 부담은 소비 등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병목 장기화가 경제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에선 코로나19 확산도 부담이다. 이달부터 위드 코로나로 방역 체제가 전환되면서 사적 모임이 비교적 자유로워졌지만 코로나 확산과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지만 방역체제 재강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4일 0시 기준 사상 처음으로 4000명을 돌파했다. 위중증 환자, 사망자 역시 역대 최대치다.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84%에 가까워 코로나19 위험도가 ‘매우 높음’으로 상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