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조망 여전히 반영안됐다"…'깜깜이' 공시가에 주민들 발끈

by황현규 기자
2021.05.02 13:41:36

반석마을5단지 조망-비조망 시세 차이 큰데
공시가격은 동일…타입도 반영 못해
국토부 “층·조망 등 반영했다”…집주인 “납득 안 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대전시 유성구 반석마을5단지 아파트는 반석천이 내려다보이는 504~509동이 ‘로얄동’으로 꼽힌다. 바로 뒤 단지보다 시세가 대략 5000만~7000만원가량 높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 공시가격은 조망동과 비조망동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게 책정됐다.

올해 공시가격이 확정된 가운데 공시가 산정을 두고 집주인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처음으로 공시가 산정 기준까지 공개했지만, 여전히 동·층별 차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정부가 공개한 산정기준에는 인근 편의 시설 등만을 열거하고 있어 ‘깜깜이 공시가격’이라는 비판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공시가 알리미에 따르면 반석마을5단지 502동 전용 132㎡(12층)의 올해 공시가격은 5억4400만원으로 책정됐다. 502동은 504~509동에 비해 반석천과 거리가 있어 강 조망에 제한이 있다. 이 때문에 시세도 대략 50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인근 A공인은 “서울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와 동이 더 비싼 것처럼 이 아파트도 반석천을 볼 수 있는 동의 시세가 더 높다”며 “동의 위치만 봐도 어느 동이 더 가격이 높은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에는 조망권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조망이 가능한 504~509동(같은 평형대·층)의 공시가격도 5억4400만원으로 책정됐다. 심지어 타입별 차이도 무시됐다. 이 아파트는 호별로 발코니와 평수가 미묘하게 다르다. 측면 발코니가 있는 B타입이 A타입보다 시세도 2000만원가량 비싸다. 이 때문에 분양가 차이도 있었다.

한 주민은 “가격은 다른데 공시가격은 똑같아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때문에 지난달에 이의 제출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 기준이 허술하다는 비판에 대해 “주택의 동, 층, 조망 및 조향, 일조, 소음 등 ‘공동주택가격 조사·산정기준’에서 정하는 가격 형성 요인을 반영해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정된 공시가격에는 오히려 조망과 타입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아예 층별 차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11차아파트(총 11층)의 경우 지난해까지 10층의 공시가격은 16억1400만원으로 8·9층에 비해 낮게 책정됐지만 올해는 18억7200만원으로 동일하다. 이곳에 사는 주민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달랐던 공시가격이 올해 똑같이 산정돼 의아하다”며 “설명도 없이 일년만에 똑같아진 공시가격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시가 산정 기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가구별로 산정기초자료를 내놨지만, 이 또한 인근 학교·병원·지하철역 등을 나열하는 데 그친다. 공시가격 산정 근거의 핵심인 ‘적정 시세’도 빠졌고, 해당 가구의 시세 반영률도 명시되지 않았다. 결국 공시가에 대한 불만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개한 정보 대부분이 건축물대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수준이다. 공시가격 산정의 수요자 이해를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