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날개 단 경동나비엔, '1조 클럽' 넘본다

by김호준 기자
2021.03.21 14:07:22

지난해 영업익 665억원…전년比 48%↑
친환경 보일러 의무화 및 수출 호조 영향
증권가, 올 매출 1조100억원 전망
美 바이든 행정부 친환경 정책으로 수출도 늘어날듯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냉·난방 설비 전시회 ‘아쿠아썸 모스크바 2021’에 참가한 경동나비엔 부스. (사진=경동나비엔)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경동나비엔이 올해 보일러 업계 최초로 ‘1조 클럽’ 가입을 넘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친환경 보일러 설치 의무화와 해외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경동나비엔은 올해 전 세계적인 ‘친환경’ 열풍을 타고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2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매출 8739억원, 영업이익 665억원, 당기순이익 42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48.4%, 51.6%나 뛰었다.

이 같은 호실적은 국내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수요 증가와 북미·러시아 등 주력 해외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지난해 4월부터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으로 수도권 등 대기관리권역 내에서는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낮은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정부는 510억원 예산을 편성해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하는 가정에 지원금을 최고 20만원까지 지원했다. 그 결과 2016년 30%대 수준이던 경동나비엔의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판매 비중은 지난해 80%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 대비 단가가 20%가량 높다.





해외시장에서도 ‘난방 한류’를 주도하며 상승세를 이어간다. 경동나비엔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북미와 러시아 등 현지에 최적화한 제품을 선보이며 일찌감치 발을 넓혔다. 북미에서는 콘덴싱 온수기로, 러시아에서는 벽걸이 보일러로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업계 전체 보일러 및 가스 온수기 수출액 중 경동나비엔이 차지하는 비중은 84.1%에 이른다. 북미 법인(Navien Inc.)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한 2779억원을 기록했다. 올초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는 것도 시장 전망을 밝게하는 이유 중 하나다. 콘덴싱 보일러·온수기는 일반 제품 대비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30%가량 줄이면서도, 물을 데운 배기가스를 재활용해 에너지 효율이 10% 이상 높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리모델링 수요 증가에 따른 온수기·보일러 판매 실적이 좋았다”며 “특히 시장 1등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국내·외 사업 호조에 힘입어 경동나비엔이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6% 늘어난 1조102억원, 영업이익은 28.9% 증가한 857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는 콘덴싱 보일러 의무화에 따른 시장점유율 확대가 진행 중이고, 중국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100% 이상 넘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주목받는 환기가전 ‘청정환기시스템’도 건설사 등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고 있다. 아직 매출 규모가 크진 않지만 미세먼지 등 이슈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지난해 성장세를 올해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매출 1조원을 언급하기엔 조심스럽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이슈가 부각하면서 콘덴싱 보일러·온수기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