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앱 너무 어려워” 언텍트 확대에 소외된 고령자
by전선형 기자
2020.07.26 12:00:00
코로나 이후 세대간 디지털 정보 결차 커져
50대 이상 5명 중 1명 쓰려다 포기해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60대 전업주부인 김희숙 씨는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이후 스마트폰을 통해 영화를 보기도 하고,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장을 보거나, 음식을 시킨다. 하지만 은행 업무는 꼬박꼬박 지점에 가서 해결한다. 아들의 도움을 받아 은행 앱을 깔았지만, 알 수 없는 용어들과 복잡한 구성 탓에 도저히 업무를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세대 간 ‘디지털 정보화’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0대 이상 5명 중 1명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 디지털 서비스’ 사용을 포기하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고령자들을 위한 보호 규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최장훈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고령 금융소비자의 디지털 소외 확대와 대응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세대 간 디지털정보 격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코로나의 발생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세대 간 디지털정보화 격차는 고령층에게 디지털 소외로 나타나고 있으며, 고령층은 금융상품 및 서비스 구매와 같은 소비활동 시 불완전 또는 사기적인 판매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평균을 100%로 뒀을 때, 20대와 30대가 120% 이상인 반면 50대 이상의 경우 평균 64.3%로 20, 30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는 디지털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긴다’, ‘세대 간 정보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각각 83%, 51%로 나타났다.
물론 고령자들도 디지털사용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라이나생명이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50대 이상의 디지털 서비스 이용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장년 56.3%가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나타냈다. ‘배워보려 애썼지만 사용할 줄 모르는 서비스’를 꼽는 질문에 18%가 ‘은행과 보험사 금융서비스’라고 답했다.
디지털정보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물론 금융사들도 움직이고 있다. 우선 정부는 고령금융소비자 보호 조항에 따라 금융회사가 고령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상품 개발단계에서 위험요인 점검, 상품판매 시 권유절차 및 관리사항을 정해 운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소비자의 권리행사 및 금융상품 판단능력 향상을 위한 금융소비자 교육을 실시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금융사들도 시니어 고객을 위한 모바일 사용서를 제작하거나 앱의 글자크기 확대, 전용 콜센터 마련, 앱 내 상품가입 절차를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등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진국보다는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령층을 위한 금융보호실(Office of Financial Protection for Older Americans)을 설치해 교육 설계 및 자문에 대한 지침 그리고 자문인 자격증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영국의 경우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지난해 취약 금융소비자에 대한 회사 측의 공정한 대우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도 미국과 같이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의 설립을 고려하고,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특화된 교육을 통해 고령층의 지식수준을 디지털화 시대에 맞도록 향상 시킬 필요가 있다”며 “또한 고령자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금융회사의 지침이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