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신한카드로 몰린 워라밸세대 직장인…왜?

by유현욱 기자
2019.02.17 15:00:00

사내벤처 `틈`, 점심·저녁 취미를 즐기려는 20·30세대 끌어모아
이르면 내달 정식 `앱` 선보일 예정…"사업권역, 서울서 전국으로"

강동현(30)·김재웅(30) ‘틈’ 공동대표가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틈은 지난해 7월 신한카드 사내벤처 ‘아임 벤처스’ 3기로 선발됐다. (사진=틈 제공)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밸런타인데이인 지난 14일 낮 12시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세대’로 불리는 젊은 직장인들이 식당 대신 이곳에 모였다. 이들은 나이도 직장도 직무도 다르지만, 초콜릿과 함께 건넬 꽃다발을 손수 만들기 위해 점심시간을 쪼갰다는 점은 같다.

김재웅(30) ‘틈’ 공동대표는 15일 기자와 만나 “꽃집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한 데다 정성까지 담을 수 있어 참가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틈’은 점심, 저녁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취미생활을 즐기고픈 직장인과 회사로 출강할 수 있는 강사들을 중개하는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다. 서비스명이자 사명인 틈은 ‘틈틈이 하는 취미생활’의 줄임말이다. 자음과 모음이 3차원의 쉼표 모양으로 구성된 로고는 김 공동대표가 직접 고안했다.

김 공동대표는 작년 7월부터 동갑내기인 강동현 공동대표와 ‘음식을 배달하듯 취미도 배달한다’는 철학으로 틈을 시범운영해 왔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틈 웹사이트와 앱에 희망하는 취미가 있다면 회원으로 가입해 수강을 신청하면 된다. 만약 없다면 시간과 장소를 정해 개설요청을 하면 된다.

가죽 공예, 네온사인 조명 만들기 등 30회가 넘는 강좌를 중개하는 동안 참여인원은 400명을 넘어섰다. 김 공동대표는 “업무에 허덕이는 직장인이 부담 없이 취미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두 공동대표는 지난 2016년 나란히 신한카드에 입사한 4년 차 평사원으로 신한카드 사내벤처 ‘I’m Ventures’ 총 5명의 대표 가운데 가장 어리다.

김 공동대표는 “창업을 한 또래 친구들을 보며 ‘나도 한 번 도전해봐야지’하는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달 정식 애플리케이션(앱)도 출시한다. 김 공동대표는 “취미뿐만 아니라 직장 내 소소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앱에 넣을 예정”이라며 “사내벤처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사업을 위해 분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14일 낮 서울 중구 을지로 100번지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꽃다발 만들기 강좌에 참석한 직장인들이 꽃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틈 제공)
물론 이전에도 취미중개서비스는 있었다. ‘탈잉’, ‘숨고’, ‘프립’ 등 선발업체는 이미 앱 내려받기 수가 10만건(안드로이드 앱 장터 구글플레이 기준) 이상일 정도로 인기다. 후발인 틈은 직장 안으로 파고들어 공간 대여료를 없애고, 인원이 모일수록 저렴해지는 과금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틈이 주 이용 대상을 20·30세대 직장인으로 잡은 데는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의 분석도 도움이 됐다. 지난해 신한카드로 취미중개서비스를 이용한 회원 중 26세(94년생)부터 32세(88년생) 비중은 46.1%나 됐다. 김 공동대표는 “부족한 경험을 신한카드 동료들의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으로 채울 수 있었다”며 “특히 임영진 사장도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을 보내주셨다”고 했다.

틈의 목표는 사업권역을 확 넓히는 것이다. 현재 이용자는 을지로 주변에 있는 신한생명, 아마존 임직원이 많으나 점차 서울 전역에 있는 기업의 임직원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김 공동대표는 “장차 취미로 즐길 거리가 부족한 지방에도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틈은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 사내벤처 창업 및 분사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같은 해 12월 신한금융그룹 디지털 아이디어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조용병(가운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12월 열린 신한금융그룹 디지털 아이디어 대회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은 강동현(왼쪽)·김재웅(오른쪽) 신한카드 사내벤처 ‘틈’ 공동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