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혁신가'였지만..결국 '쫓겨난 창업자' 도브 차니
by김혜미 기자
2014.06.29 14:54:36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미국 유명 의류업체 아메리칸어패럴 설립자이자 전(前) 최고경영자(CEO) 도브 차니(45)는 한 때 패션계를 선도하는 혁신가로 손꼽혔다. 패션계가 세계화에 눈을 돌릴 때 그는 유행을 타지 않고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스타일을 고집했으며 회사 경영부터 사진 촬영, 디자인 모든 분야에 관여했다. 그는 또 모든 의상을 직접 입어보고 경험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가 바로 아메리칸 어패럴이었고 아메리칸 어패럴이 그이기도 했다.
그는 또 여느 의류업체들과 달리 근로자 권리 보장을 최우선으로 했다. 다른 업체들이 인건비를 최소화하기위해 애를 쓰는 것과는 달리 그는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의 두세배에 달하는 임금을 주고 건강보험과 대중교통비도 지급했다. 또한 아웃소싱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는다는 뜻인 ‘스웻샵-프리(sweatshop-free)’는 곧 아메리칸 어패럴로 통했다.
1990년 대학을 중퇴하고 아버지에게 빌린 1만달러(약 1014만원)로 의류사업을 시작한 그는 30대의 나이에 이미 미국 내 최대 의류업체 대표가 됐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2009년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차니 전 CEO를 선정했고 한 리서치센터 보고서는 아메리칸 어패럴을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 1위업체’로 꼽았다.
| 도브 차니 아메리칸 어패럴 창립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출처 : 도브 차니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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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메리칸 어패럴의 대명사였던 그가 최근 회사에서 내쫓기는 운명을 맞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아메리칸 어패럴 이사회는 그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내부 조사에서 그의 잘못된 행동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구체적으로 잘못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동안 불거졌던 각종 성(性)추문에 최근 실적부진이 더해져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성명에서 “해고는 전체 조직을 위한 결정이었다”며 “도브 차니는 아메리칸 어패럴을 설립했지만 회사는 어느 한 개인보다 훨씬 커졌으며 앞으로 더 번창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 어패럴은 지난 2010년 초 이후 누적순손실이 2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최근 수년간 매출 부진을 겪어 지난해 아메리칸 어패럴 주가는 52% 급락했으며 시가총액 규모도 1억6930만달러로 감소했다.
그러나 차니 전 CEO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어 아메리칸 어패럴을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차니 전 CEO는 자신의 해고에 맞서 소송과 지분 확대를 결정하고 스탠더드 제네럴과 5년간 연리 10%에 기존 주식을 담보로 대출 계약을 맺었다. 이 자금으로 최소 10%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렇게 되면 차니 전 CEO 지분은 37% 이상으로 늘게 된다.
아메리칸 어패럴 이사회는 이를 막기 위해 28일 특별 이사회를 열어 포이즌 필(poison pill)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일단 이사회 측을 지지하고 있다. 뉴욕 증시는 그의 퇴출 소식이 전해진 하루 뒤인 19일 7% 상승했으며 지난 27일에는 30% 급등했다. 앞서 아메리칸 어패럴의 최대 외부 투자자 파이브T 캐피털은 차니 전 CEO를 지지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