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반기 실적성장 '부품사업'에 달렸다

by박철근 기자
2013.07.28 15:42:44

반도체·DP 투자 확대에 실적 개선 기대감↑
IM 부문 수익성 악화 불가피…CE 부문 뒷받침 관심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사상 최대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005930)가 고민에 빠졌다.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IT·모바일(IM) 부문의 수익성이 약해지고 있어서다. 하반기에도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경쟁사 신제품 출시 등 IM 부문의 경영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하반기 실적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의 실적이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 15조원을 포함한 24조원의 시설투자금액 가운데 81.2%인 19조5000억원을 부품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규모에 맞는 실적이 나온다면 올해 삼성전자 실적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S부문은 고부가ㆍ차별화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사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4분기 계절적 성수기로 돌입하는 소비자 가전(CE)부문이 얼마나 실적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 110조2300억원, 영업이익 18조21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올해 사상 최대규모인 24조원의 시설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하반기 집행예정인 15조원의 투자액이 대부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DP) 등 부품사업에 집중되면서 DS 부문의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세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3분기에도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력 생산제품인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시황 전망이 밝은 점도 실적개선을 가늠케 하고 있다.

반도체 전자상거래 사이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D램 고정가격(2Gb 256Mx8 1333MHz)은 연초 0.92달러에서 지난 18일에는 1.58달러까지 상승했다. 낸드플래시(64Gb 8Gx8 MLC)도 연초 5달러에서 출발한 고정거래가격이 지난 15일에는 5.52달러까지 올랐다.



IC인사이츠도 2분기 D램 ASP가 2.42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2% 늘어났다고 밝혔다. 3분기에도 D램 ASP가 2.53달러를 기록하면서 지속적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D램을 포함한 D램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D램 가격 상승세 및 시황개선에 힘입어 수익 개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패널(DP)사업도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계절적 성수기인 하반기에 들어가는 만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은 지속해서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사업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부품사업 실적 전망. 한국투자증권 제공
그동안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했던 스마트폰 사업의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애플의 ‘아이폰 5S’, LG전자의 ‘G2’ 등 경쟁업체들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IM 부문의 영업이익은 하반기로 갈수록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6조2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IM부문은 3분기 6조500억원, 4분기에는 2분기보다 1조원 가까이 줄어든 5조24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경쟁제품의 출시로 마케팅 비용의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제품 효과로 매출은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내림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ASP가 낮아지는 점도 고민이다. 김현준 삼성전자 상무는 26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3분기는 보급형 스마트폰이 확산돼 ASP가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마트폰 ASP는 사상 처음으로 300달러 아래인 299달러로 떨어졌다. 신흥시장에서의 구형 제품 판매와 중저가 제품의 확산은 ASP 하락세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부터 중저가 제품까지 경쟁력 있는 제품군을 구성해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플랫폼, 부품 공용화 등 원가 경쟁력 확보에도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업부문별 실적.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