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IPO시장]③장기투자 안목이 사라졌다

by박형수 기자
2012.11.06 10:40:00

삼성생명 상장 이후 반복되는 위기로 개인 투자 성향 변화
장기 성장 가능한 우량주보다 상장 당일 수익낼 수 있는 종목 선호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심사위원이 보는 음악적 시선과 대중의 시선이 이렇게 다른가”

케이블채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에서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가수 이승철이 호평받은 그룹 허니지와 딕펑스가 탈락 후보로 결정되자 한 말이다.

비단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만 전문가와 일반 대중의 관점 차이가 발생하진 않는다. 국내 주식시장, 특히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기관 투자가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CJ헬로비전 청약에서도 기관과 개인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 경쟁률은 19.05 :1로 집계됐다. 194개 기관이 수요 예측에 참여했다. 공모가 1만6000원을 제시한 기관이 절반에 달했다. 기관은 국내 1위 케이블 TV 사업자 CJ헬로비전이 경기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매수 의사를 표현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최근 뉴욕 증시에서 케이블 TV업체인 콤캐스트, 타임워너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내 케이블TV 사업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청약을 받은 결과 개인 투자자의 참여가 저조했다. 최종 청약 경쟁률은 0.26대1에 불과했다. 증권업계는 국내 증시 상황이 안좋았던 데다 케이블 TV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청약을 담당한 증권사 직원은 “CJ 그룹 계열사라고 관심을 보이다가 사업 내용을 설명하면 잘 모르겠다며 돌아선 투자자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올 하반기 최대어로 꼽힌 CJ헬로비전의 청약 미달 사태는 국내 IPO 시장의 왜곡된 단면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상장 전 적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투자자보다 상장 당일 수익만을 고려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50~200% 사이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상장 첫날 분위기에 따라 공모가 대비 2배에 달하는 가격에도 처분할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상장 당일 얼마나 오를지에 주목하는 이유다.

공모 시장에 투기 심리가 활개를 친 것은 위기가 반복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장기 투자를 기피하는 심리가 강해진 탓으로 풀이됐다.

개인은 불과 2년전 까지만 해도 우량주의 증시 상장을 반겼다. 삼성생명 상장 당시 쏟아진 진귀한 기록만 보더라도 개인 투자자들의 우량주에 대한 호응도를 엿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5월 삼성생명 공모 당시 진귀한 기록이 쏟아졌다. 청약 증거금 19조8444억원은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투자자에게 돌려준 환불금은 18조8667억원에 달했다. 보험업계 1위 업체인 데다 `삼성`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청약 열기에 부채질한 결과다.

하지만 이후 상장을 진행한 우량주는 대다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AJ렌터카 SBI모기지 등은 모두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AJ렌터카는 일반공모청약 경쟁률 0.23:1을 기록했고, SBI모기지는 청약률 1.81:1로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남화토건과 뉴로스는 각각 1269.47:1, 1255.31:1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남화토건과 뉴로스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억원 안팎이다. 상장 직전 분위기와 천양지차다.

IB업계 관계자는 “감독 당국은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을 상장시키고 싶어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당장 `핫`한 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을 원한다”며 “헬로비전 흥행 실패가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 미치는 여파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