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우 기자
2012.08.26 18:47:15
[울산 =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를 뽑는 경선이 ‘축제의 장’이 아닌 ‘파행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경선 흥행을 통해 야권 단일화 파트너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뛰어 넘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꺾겠다던 당초 목표가 당내 분란으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 지도부도 경각심을 갖고 이번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모바일투표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경선 흥행은 이미 타격을 받았다. 최종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후보를 중심으로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민주당의 대권가도가 가시밭길로 접어들 수 있다. ‘박스떼기’ 방식의 대리접수, 종이당원·유령당원 논란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경선 흥행에 실패한 뒤, 대선에서도 600만표 차이로 참패한 2007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은 25일 제주, 26일 울산에서 지역순회 경선 1~2라운드를 개최한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두 지역 모두 1위를 차지해 종합순위에서도 57.3%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당초 제주와 울산은 박빙 지역으로 예상됐으나, 문 후보가 두 곳 모두 과반수 이상 득표율을 보이며 저력을 과시했다.
민주당은 초반 라운드에 치러지는 제주·울산 경선이 전체 경선의 흥행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보고 심혈을 기울였으나, 모바일투표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 후보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실제 울산 경선에서는 손학규·김두관·정세균 등 비문(非文·비문재인) 후보들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지는 등 파행에 파행을 거듭했다. 세 후보는 새로운 경선관리체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향후 경선 일정을 ‘보이콧’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린 것은 물론, 경선 흥행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후보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진다면 최종 후보가 선출돼도 다른 후보들의 지지를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최종 후보가 안 원장을 뛰어넘어 야권단일화에서 승리할 지도 미지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당내 분란이 정치권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경선이 흥행에서 참패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 하루빨리 참여해 뒤늦게나마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안 원장이 이달 들어 공개적으로 민심행보에 나서는 등 사실상 대권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 최종 후보가 안철수 원장, 박근혜 후보와 싸우기도 전에 스스로 쓰러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