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현대건설 매각판세 급변

by김국헌 기자
2010.11.25 10:18:56

채권단 "문제없다"에서 "심정적으로 의문" 선회
현대그룹 "계약하면 밝히겠다"..현대차 제소 착수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지난 16일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끝난 줄 알았던 인수전이 프랑스 은행의 1조2000억원 자금 출처 문제를 둘러싸고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선정 직후 시장과 언론이 제기한 현대그룹 인수자금 의혹에 금융 당국과 국회까지 가세하자, 현대건설을 파는 자와 사는 자 모두 당혹스러운 모습. 채권단은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단 입장에서 현대그룹 인수자금 의혹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단 입장으로 선회했고, 현대그룹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경쟁에서 힘겹게 승리한 현대그룹은 이제 더 많은 적과 더 복잡한 싸움을 하게 됐다.


 

▲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는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사진= 한대욱 기자)

2주도 안된 기간 동안 현대건설(000720) 매각 판세가 급변하면서, 채권단의 입장도 급선회했다. 당초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지난 19일만 해도 강화된 확인 절차로 현대그룹 인수자금을 검증했고, 현대그룹의 서류를 재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날 오전부터 채권단 내에 이견이 감지되긴 했지만, 자금 확인 절차가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주말을 지난 이후 채권단의 입장은 바뀌었다. 채권단은 양해각서(MOU) 체결 일정을 오는 29일로 한 주 정도 연기하고 자금출처 확인에 착수했다.

채권단은 현대상선(011200) 프랑스법인의 나티시스은행 1조2000억원 대출계약서와 동양종합금융증권의 9500억원 투자계약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현대그룹은 지난 23일 오전 계약서 대신에 자금조달내역을 설명하는 증빙서류를 제출했다.

그리고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체회의에서 현대건설 최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에게 현대그룹 인수자금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유 사장은 이날 "소명과 다른 결정적 증거가 나온다면 우리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며 법적 검토를 통해 현대그룹에 요구할 수 있는 선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대우건설 매각 사례를 들고, 공적 자금이 들어간 현대건설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인수기업의 자금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그룹은 원했던 현대건설 인수 MOU 대신에 재무구조개선 약정 MOU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현대그룹 채권단은 25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MOU 체결작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승자가 된 날부터 현대그룹은 의혹과 싸워야 했다.
 
우선협상자 선정 당일부터 현대그룹은 "그룹 위상이나 규모를 고려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금 조달계획을 제출했다"며 "승자의 저주는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인수전을 지휘한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은 18일 현대가 선영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본계약까지 갈 것"이라며 "(자금 출처는) 주식매매 계약서(SPA) 사인 이후에 밝힐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처음에는 방어적인 자세로 사태를 주시하던 현대그룹은 19일부터 공세로 전환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매각주간사에 현대자동차(005380)의 예비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현대증권 노조의 투기자본 자금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입찰 방해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리고 22일 현대건설 육성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고, 23일 현대건설 임직원의 고용을 7년간 보장하겠단 약속까지 했다. 23일에는 예비협상자인 현대차가 언론에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예비협상자 자격 박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소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