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07.20 10:10:51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74년 출시… 하루 70만개 팔려 항아리모양·맛‘전통’지키며
다이어트용 내놓는 등 변신 해마다 20~30%씩 성장
1974년 첫선을 보인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하루 70만개씩 팔린다. 작년 한 해 2억4000만개가 팔렸고, 출시 이후 현재까지 25억개가 팔려 나갔다. 그동안 팔린 바나나맛 우유는 총 60만t으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쿠아리움 수족관을 260번 채울 수 있는 양이다. 2004년 가공 우유로서는 최초로 ‘한 해 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이름을 올린 바나나맛 우유는 작년에도 1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변함없는 모양과 맛
1974년 빙그레 개발부. 신제품 개발을 놓고 밤샘 아이디어 회의가 계속됐다. 당시 정부는 국민 건강 차원에서 우유 소비를 장려했다. 문제는 국민 상당수가 체질상 흰 우유를 소화시키는 효소가 부족해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업체에서는 유당(乳糖)이 잘 소화되게 하는 가공유 개발에 뛰어들고 있었다. 빙그레가 착안한 것은 바나나였다. 바나나는 고급 과일의 대명사였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과일이었다. 값싼 우유로 비싼 바나나맛을 즐길 수 있어, 바나나맛 우유는 시장에 내놓자마자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바나나맛 우유는 처음 나올 때에 비해 비타민 D·E가 첨가됐지만 맛은 변화가 없다. 용기의 항아리 모양과 크기(240㎖)는 32년 전 그대로다. 용기에 쓰인 ‘바나나맛 우유’라는 로고 디자인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신세대를 공략하는 감성 마케팅을 추가
바나나맛 우유에 시련이 닥친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다. 젊은 층에서 바나나맛 우유는 ‘오래된 이미지’에 ‘아이들이나 마시는 우유’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초, 빙그레 바나나 우유가 트레이드마크인 항아리 모양의 용기를 고집하는 동안 다른 회사들은 각양각색의 패션 용기를 앞다투어 내놓으면서 젊은 층을 끌어갔다. 1990년대 중반 바나나맛을 낸 경쟁 제품이 매출 100억원대를 기록하며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를 쫓아왔다. 빙그레는 유행을 따라가느냐, 전통을 이어가느냐의 갈림길에 놓였다.
빙그레 마케팅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1998년부터 2년간 소비자 조사 등에 10억원을 투입, 마케팅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맛에는 불만이 없었다. 빙그레는 대학생을 주요 타깃으로 ‘오래됐다’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감성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사랑과 우정의 메신저’ ‘마음까지 채워주는 든든함’과 같은 이미지를 심는 작전이었다. 맛은 검증됐으니 타깃을 젊은 층으로 확대하면 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마케팅 전략을 조정한 이후 매년 평균 20~30%씩 매출이 성장했다. 바나나맛 우유는 ‘그냥 놔두어도 기본 이상은 하는 제품’에서 빙그레 전체 매출의 20%를 책임지는 대표 브랜드로 거듭났다.
바나나맛 우유가 전통을 중시한다고 해서 유행에 둔감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빙그레는 지난 3월 기존의 바나나맛 우유와 별도로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젊은 층을 겨냥, 지방 함량을 기존 가공 우유의 절반 아래로 낮춘 ‘바나나맛 우유 라이트’를 내놓았다.
빙그레 마케팅실 이창엽 상무는 “전통의 맛과 품질은 최대한 지키면서 장기적으로 바나나맛 우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