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밥 주기?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by조선일보 기자
2006.05.11 10:03:49

팔라우 여행

[조선일보 제공] 하루 업무를 마친 뒤, 밤 11시 출발하는 팔라우행 비행기를 탔다. 비좁은 이코노미석 가운데 자리. 왠지 불안해 보였던 복도 건너 3살 꼬마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륙 1시간 후부터 착륙 때까지 지치지 않고 울며 악을 쓰다 부모조차 손을 놓게 만든다. 그래도 시계바늘은 돌아가고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목적지 도착.



호텔에서 4시간여 짧은 수면 뒤에 펼쳐진 다음날 아침의 팔라우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바다가 사이 좋게 맞닿아 있었고 밤샘 비행기 여행의 고통쯤은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포만감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몰디브나 피지처럼 잘 꾸며진 고급 휴양지는 없지만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기만 하면 놀라움 속에 자연과 하나될 수 있는 기회가 지천으로 깔려있는 곳. 서울에서 5시간 거리에 불과했다.



이곳의 투명한 비취 빛 바닷물은 세계 어느 명소 못지 않다. 아침 10시, 10~20인승 배를 타고 나가 5시까지 3~4개 무인도와 바다 이곳 저곳을 도는 게 팔라우 관광의 요체. 그 중 가장 이색적이면서 등골 오싹한 코스는 ‘상어 밥 주기’다. 뭉텅 뭉텅 썰어낸 참치 덩어리 10여개를 가이드가 차례로 바닷물에 던져 넣으면 스노클링 기어를 쓴 관광객들이 일제히 시선을 물 속으로 향한다. 수심 3m가 채 안 되는데도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몰려드는 10여마리 상어들. 길이 2m짜리 상어들은 대부분 그 외형이 영화 ‘조스’ 주인공과 비슷하다. “안전하다”는 가이드의 말을 믿으면서도 상어가 배 밑 30㎝ 아래로 휘이익 지나가며 한기를 일으키면 눈을 질끈 감는 수밖에. 작은 빨판상어들은 ‘보너스’.





팔라우 본섬에서 배를 타고 30여분만 이동하면 기묘한 장소가 나타난다. 수백개 무인도로 이뤄진 록 아일랜드 지역 한 가운데. 이건 바다가 아니다. 섬들에 둘러싸여 물살의 흐름이 전혀 없는 호수 같다. 투명한 다른 지역 바닷물과 달리 푸르면서도 약간 뿌연 기운이 있다. 알고 보니 이곳 바다 밑은 하얀 산호 가루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산호가 깎이고 부서져 입자 고운 진흙처럼 돼버린 것. ‘밀키웨이(Milkyway)’라 불리는 이 곳은 관광객이 피부미용을 위해 꼭 찾는 장소가 됐다. 가이드가 산호 진흙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바르고 배 위에서 햇볕에 말린 뒤 바다에 뛰어들어 씻어 내렸다.



팔라우의 진풍경은 바다가 전부는 아니다. 엘 마르크 섬의 ‘해파리 호수(Jellyfish Lake)’.

20여분 험로를 거쳐야 모습을 드러내는 이 소금물 호수에는 수백만 마리의 해파리가 평화롭게 살고 있다. 약간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과감하게 스노클링을 시작하면 눈 앞에 펼쳐지는 ‘물 반 해파리 반’ 풍경이 황홀하다. 꿈 속을 거니는 듯 하다. 미끌미끌한 해파리가 몸에 와 닿으면 잠시 옴츠러 들지만 독성이 없고 누구를 공격하는 법도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정식명칭은 팔라우 공화국. 34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이 나라의 인구는 2만여명.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점령됐다가 1994년 10월 독립했으며 공용어는 영어다. 수도는 코로르.
●시간: 5시간여 비행기를 타고 가지만 한국과 시차가 없다.
●돈: 미국 달러를 쓴다. 물가는 생각보다 싸지 않지만 유흥가, 쇼핑가 등이 제대로 없어 호텔 밖에서 돈 쓸 일은 거의 없다.
●팔라우에서도 리조트 휴양을 즐길 수 있다. 본 섬에 전용 해안을 갖고 있는 유일한 숙박시설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를 이용하면 된다. 인공적으로 조성했다는 이 해안은 20여m만 나가도 형형색색 다양한 물고기를 만날 수 있어 스노클링에 적격. ‘팔라우 로얄 리조트’는 깔끔한 호텔형 숙박업소다.
●아시아나 항공이 직항 전세기를 운항 중이다. 8월26일까지 계속된다. 밤(11시)에 출국하고 아침(10시)에 귀국하는 일정. 목요일과 일요일에 비행기가 출발한다. 여행 상품 문의는 루카스 여행사 (02)884―4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