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강남 재건축 입지 강화..근데 목표주가는 하향?

by최정희 기자
2017.09.28 08:31:31

올해 주택수주 6조원 상회 전망
후분양제, 이사비 지원 등은 공사마진 줄일듯..우발채무 우려도 늘어
매출 비중 45%인 해외매출 둔화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총 분양매출 10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규모로 불렸던 서울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는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왜일까.

27일 열린 반포주공 재건축조합 임시총회에서 현대건설은 전체 참여 조합원 2193명 중 59%인 1295표를 획득해 GS건설(006360)(886표)을 누르며 수주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반포주공1단지 수주액이 2조6000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 주택수주는 6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건설시장은 내년부터 분양물량 감소와 매매거래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대건설은 반포1단지 수주를 통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 압구정 재건축까지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단 분석이다.

그러나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두고 건설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후분양제가 등장한 데다 이사비 등 각종 지원책이 등장했던 만큼 공사마진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향후 재건축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포주공 재건축에서 촉발된 경쟁으로 주요 재건축 현장에선 후분양제가 정착되는 분위기이고 초과이익환수제 대납 같은 파격적인 조건도 등장했다”며 “기본적으로 재건축은 시공사의 운전자금 부담이 큰 사업인데 일반분양마저 후분양제를 택하게 되면 자금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향후 정비사업에서 시공사의 유동성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채 연구원도 “현대건설은 이주비 대출이라는 창의적 금융지원과 세대당 7000만원이란 이사비 지원 등을 내세웠다”며 “향후 재건축 수주전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강화로 이주비를 지원하는 형태, 이사비 등 조합원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여 건설사의 미래 원가를 높여 공사마진율 감소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 미성-크로바, 잠실 주공5, 한신4지구 등의 굵직한 사업이 다수 남아 있는데 이들에 대한 수주전도 비슷한 양상을 띨 것이란 전망이다.

주가는 어떨까. 채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공사비의 원가 상승 부담이 있지만 압구정 재건축까지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따도 논란, 못따도 논란이지만 딴 것이 주가에는 훨씬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이번 결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현대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로 공사비를 충당할 것으로 보이나 우발채무가 늘어난다는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현대건설은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해외매출이 2015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올 들어 해외수주도 2조3000억원에 그쳐 4분기 외형을 유지할 수주 확보가 시급하단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2년 이상 해외 매출이 감소하면서 시장 선두지위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투증권은 목표주가를 낮췄다. 이 연구원은 “올해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을 4% 하향 조정하고 예상 자기자본수익률(ROE)을 기존 9%에서 8.5%로 내릴 예정”이라며 목표주가를 6만원에서 5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배에서 0.8배로 낮춘 것이다.

한편 반포주공 재건축 수주전에서 밀린 GS건설은 수주실패비가 3분기 판매관리비에 반영돼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