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아티스트 홍성철 개인전

by한국일보 기자
2007.09.10 12:00:00

[한국일보 제공] 때때로 손은 천 마디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갈구하는 손, 맞잡은 손, 뒤엉킨 손, 가리키는 손, 주저하는 손, 흐느끼는 손…. 손짓은 육체의 표정이다.
 



다양한 손의 이미지를 통해 소통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홍성철의 개인전이 서울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21일까지 열린다. 클로즈업된 육체의 강렬한 표정이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을 압도하는 감각적이면서도 관념적인 전시다.

<스트링_핸드(String_Hand)>라고 이름 붙은 그의 이번 작업들은 면 위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 아래 판에 고무줄 같은 탄성줄을 겹겹이 연결한 후 줄 위에 사진 이미지를 프린트했는데, 줄 앞면에만 이미지를 전사한 게 아니라 옆면과 뒷면에까지 전체적으로 이미지를 씌워 보는 방향에 따라 감도와 형상이 조금씩 달라진다.

이미지도 언뜻 보면 단일해 보이지만 정교하게 계산된 2개 이상의 이미지가 사용돼 보는 각도에 따라 움직이는 듯한 착시효과를 준다. 그래서 사진과 도록은 그의 이번 작업들을 감당하지 못한다.



줄이라는 아날로그적인 소재는 뉴미디어 아트의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속성을 끌어내는 데 절묘하게 작용했다. 줄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화소처럼 기능하며 프린트된 이미지의 규칙적 배열을 통해 픽셀의 집합체 같은 평면을 만들고, 여러 겹으로 늘어서서 레이어를 형성한다.

각각의 레이어는 보는 위치에 따라 줄 사이의 간극이 메워지기도 하고 비워지기도 하면서 유동적인 화면처럼 출렁거리는데, 이때 줄 위에 가시화된 불완전한 육체는 그 미완의 틈을 채우라고 끊임없이 관객에게 상호작용을 요구한다.

줄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수학적 계산을 통해 평면의 형상을 입체화한 솜씨도 일품이지만 소통이라는 주제를 곧바로 환기시키는 작가의 손짓 연기도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