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정보 사건, "실패한 공짜 M&A 작전"(상보)

by한상복 기자
2002.09.09 11:20:42

[edaily 한상복 박호식기자] 대우증권 기관 계좌를 도용해 무려 500만주의 주식을 불법 매도한 델타정보통신(39850) 사건은 자기 돈 한 푼 없이 기업을 인수하려던 "공짜 M&A 기도"에서 촉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특히 공짜로 기업을 인수해 주가가 목표에 도달하면 일제히 처분할 목표를 세우는 등 주가조작에 M&A 기법을 접목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수사결과를 발표,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 정모(37. 전직 투자상담사)씨와 안모(33. D증권 대리)씨, 다른 안모(38. 전직 투자상담사. 안 씨의 형)씨, 다른 정모(37. 부동산 임대업)씨 등 9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달아난 2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투자상담사 출신의 정 모 씨는 델타정보통신을 인수하기 위해 큰 손의 자금을 동원한 뒤 작전세력을 모아 주가를 올린 다음,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아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당초 계획만큼 자금을 모으는데 실패한데다 일부 세력이 이탈을 하면서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관 계좌를 도용해 물량을 털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주범 정 모 씨는 지난 6월초 델타정보의 기존 대주주에게 접근, 주식을 인수키로 한 뒤 계약금을 지불하면서 작전에 들어갔다.

작전으로 주가를 떠받친 뒤 주식의 담보가치를 높인 다음에 지분을 우선 넘겨받아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잔금을 청산하려는 시나리오였다. 그런 후에 기업을 인수, 회사 돈으로 담보 대출금을 변제하려는 계획이었다.

정 모 씨는 지난 7월2일 지분 270만주를 70억원에 인수키로 이전 대주주들과 가계약을 맺었으나 계약금 7억원 마련에 실패하자 전주 정 모 씨로부터 이익을 나누는 조건으로 15억원을 끌어들여 7월15일 정식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델타정보의 전체 주식 730만주 가운데 기존 대주주 지분 270만주를 포함한 총 630만주를 매집, 7월2일 1240원이었던 주가를 6000원대까지 끌어올려 처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자금 공급책 조 모(39.구속) 씨가 주식 담보 대출을 약속했던 금액의 절반인 24억원만을 끌어줌에 따라 자금동원에 차질을 빚어 주가가 계속 하락했다.

결국 자금을 댔던 정 모 씨가 주범 정 모 씨를 불러 주가하락에 대한 책임을 추궁한데 이어 14일에는 조 모 씨가 담보로 갖고 있던 주식 29만주를 임의로 장내 매도(횡령), 3700원까지 하락하면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경찰은 M&A와 주가조작이 실패할 경우 전주들과의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음을 우려한 정 모 씨 등이 안 모 씨를 통한 계좌도용을 결심, 이같은 내용을 작전세력에게 미리 알려 "무조건 매수"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8월21일까지 주가를 5330원까지 끌어올린 뒤 이틀후인 23일 오전 9시30분을 전후로 그동안 매집한 물량 400만주를 고가인 5300원에 매도주문했으며 안 모 씨는 신촌의 PC방에서 현대투신운용 계좌를 도용, 500만주 매수주문을 냈다는 것이다.

경찰은 8월 23일 오후 2시30분께 대우증권으로부터 사건을 접수, 범행장소가 신촌의 PC방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 계좌 등을 추적, 주범 정 모 씨 등 모두 19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