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올해 새로 뽑힌 여성 지도자는 누구?
by방성훈 기자
2024.12.25 15:00:00
올해 직접 대통령 선거 31개국 중 여성 지도자 5명
멕시코·북마케도니아·나미비아는 사상 첫 여성 대통령
193개 유엔 회원국 중 여성 대통령·총리 26개국 그쳐
유럽이 가장 많은 여성 지도자 배출…최초는 아시아
"여성 지도자 많이 나와야 젊은 여성 정치 참여 늘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선거의 해’인 올해 여성이 지도자로 뽑힌 국가는 5개국에 그쳤다. 대통령이나 총리뿐 아니라 입법부 의원이나 행정부 및 지방정부 공무원 등 정치 리더십 측면에서 여성의 국민 대표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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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유엔 여성기구 및 CNN방송 등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치러진 31건의 직접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 원수로 선출된 여성은 5명에 불과했다. 아이슬란드의 할라 토마스도티르 대통령,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나미비아의 네툼보 난디-은다이트와 현 부통령(내년 3월 취임), 북마케도니아의 고르다나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 대통령, 몰도바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북마케도니아, 멕시코, 나미비아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지도자를 배출했다. 유엔 회원국이 아니거나 군주제 국가인 경우 집계에서 제외됐다. 유엔 여성기구는 최고 권력자 직위에서 성 평등이 이뤄지려면 현재 속도로는 130년이 걸릴 것이라고 추산했다.
CNN 분석에 따르면 12월 1일 현재 총 28명의 여성 지도자가 26개국에서 국가 원수 또는 정부 수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체 유엔 회원국의 13.5%에 해당한다. 인원과 국가 수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베이도스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선 총리와 대통령이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2개국, 북미·남미 지역이 6개국, 아프리카가 4개국, 유럽이 10개국, 오세아니아가 2개국 등이다.
193개 유엔 회원국들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70여년 동안 여성 지도자를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한 곳은 115개국(59.6%)에 달했다. 1명만 배출한 국가는 49개국, 2명이 18개국, 3명이 9개국으로 집계됐다. 4명으로 가장 많은 여성 지도자가 나온 곳은 핀란드와 아이슬란드다. 78개국에서 총 120명의 지도자가 나온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초의 여성 지도자는 64년 전 스리랑카에서 나왔다. 암살당한 남편의 뒤를 이어 정계에 입문한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 전 총리가 주인공이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여성 지도자가 잇따라 등장하기 시작했고, 대다수는 최근 20여년 동안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여성 지도자가 나온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의 첫 여성 지도자는 1979년 총리직에 오른 마가렛 대처다. 이후 유럽에선 28개국이 2010년 이래 최소 1명의 여성 지도자를 배출했으며, 현재도 여성 지도자 비중이 가장 크다. 유럽에 속한 43개 유엔 회원국 중 약 3분의 2(65%)가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 바 있고, 이 가운데 4분의 1은 현재도 여성 지도자가 나라를 이끌고 있다.
CNN은 “미국 역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지만 실패했다”고 짚었다. 2016년과 올해 각각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얘기다. 두 사람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패배했다.
| 고르다나 실리아노브스카-다브코바 북마케도니아 대통령.(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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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1월 1일 기준 193개국 가운데 정책 분야를 담당하는 내각 구성원, 즉 장관직 중 여성 비율은 23.3%에 그쳤다. 여성 장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는 15개국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여성 의원 비율은 26.9%로 집계됐다. 1995년 11%와 비교하면 29년 동안 겨우 16%포인트 가량 늘어난 셈이다. 여성 의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는 6개국으로 조사됐다.
CNN은 전문가를 인용해 “여성이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 대표성이 확대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선거에서 승리했을 때 긍정적인 결과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리더십 역할을 추구하도록 영감을 주고, 젊은 세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유엔 여성기구는 “여성 리더십은 양당제, 평등, 안정성을 증진시킨다”며 “여성이 입법부에서 약 25~30%를 차지하면 기존 관례와 정책 의제에 도전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