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윤석열 계엄, 다시 만난 탄핵세계[증시 핫피플]

by이정현 기자
2024.12.07 08:00:00

이번주 증시를 흔든 핫피플 ‘윤석열’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으로…불확실성에 투심 패닉
증권가 “부정적 영향 불가피하나 지속성 제한적”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로 한국 증시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초유의 사태에 대왕고래 사업과 밸류업 등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 수혜주는 곤두박질치고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과 연관된 정치테마주는 급등 양상이다. 정치권 뉴스에 따라 증시가 들썩거리고 정치인의 ‘입’과 ‘행동’이 기업 펀더멘털을 뭉게버리는 탄핵정국,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사진=REUTERS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가 증시에 반영된 지난 4일 이후 3거래일간 코스피 지수는 2.88%, 코스닥 지수는 4.27% 하락했다. 국회가 나서 빠르게 계엄을 해제하면서 우려했던 것보다는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으나 2차 계엄설이 돌며 변동성에 장작을 넣었다. 잠시이긴 하나 코스피 지수는 24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 지수는 연저점을 경신했다. 약세장 속 그나마 한국 증시를 떠받치고 있던 개인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진 탓이다.

수십년만에 계엄령이 선포됐는데 배경이 아리송한 탓에 더 불안하다. 갑작스레 비상계엄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으나 윤 대통령의 설명은 없다. ‘카더라’ 식의 지라시만 SNS를 떠돈다. 여권에서조차 대국민 입장표명을 대통령에 요구하고 있으나 용산은 묵묵부답이다. 증권가에서 가장 기피한다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 들어선 것인데 외신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에 대해 ‘기괴하다’고 평가했다.

비상계엄으로 흔들리던 증시는 이제 대통령 탄핵이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을 마주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강행할 예정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가 찬성해야 하는데 범야권 전원이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8표가 모자란 만큼 표 계산이 한창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사실상 가결 입장을 밝힌 가운데 20여 명으로 추산되는 친한동훈계 의원들의 움직임이 변수다.



증권가에서는 탄핵안이 가결되건 부결되건 국정 공백은 피할 수 없으며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속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8년 전 탄핵정국에서의 경험 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표결 이후 코스피 지수는 6개월 동안 20% 이상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 주식 전망 보고서에서 과거 대통령의 탄핵 당시 증시 흐름을 분석해 “국회 표결, 헌법재판소 결정 등 실제 주요 이벤트 날짜에 맞춰 전략적인 자금 유출이 있었지만 흐름의 관점에서 보면 두 탄핵 사건 모두 외국인 자금 유출을 크게 유도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주식시장은 낙폭을 되돌리는 경향이 있으며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헌법재판소 판결이 나기 전에도 국민 여론이 분명해 지면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것”이라 전망했다. 만약 주말 간 탄핵안이 가결될시 시장에서는 최근 불거진 정치 불확실성 완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주식시장은 탄핵 관련 이벤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펀더멘탈과 대외 여건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조기 대선 시행은 신정부 정책 기대감으로 연결되어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