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노조, 회사 직접 인수 선언 “종업원지주사 만들자”

by정병묵 기자
2015.08.03 09:45:43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KDB대우증권(006800) 노동조합이 이르면 이달 중 매각 절차 개시 예정인 회사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자용 KDB대우증권 노조위원장은 3일 “임직원들이 직접 인수 주체가 돼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종업원지주회사’를 제안하고자 한다”며 “경영권 프리미엄 등의 과실을 대주주만 향유한다는 것은 결코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대우증권의 대주주인 산은금융지주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등의 해결과제를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지주는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이달 중 매각 주관사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중국 시틱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매각 후 대우증권 직원들의 지속적인 노력을 담보로 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인 산은금융지주가 독식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오늘 이 순간부터 산은지주의 회사 매각에 대비해 임직원이 주체가 되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세부적인 구조가 확정 되는대로 임직원의 여론을 수렴하고, 회사를 공동으로 경영할 국내외의 전략적 투자자와 국민연금 등 중장기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대우증권의 시가총액은 4조7000억원 수준으로 향후 유사시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금융지주회사로 재매각 가능성을 감안한 최소 ‘30%+1주’를 인수해야 한다. 금액으로는 1조4000억원 정도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임직원들이 단독으로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것은 어려우며 외국계 금융사 또는 사모펀드(PEF) 등 전략적 투자자와 반반씩 인수한다고 감안하면 7000억원 수준”이라며 “전략적 투자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산은지주에 지불해야 하겠지만 임직원들은 대주주 지분가치 상승에 대한 기여분을 감안할 때 특수목적회사 설립을 통해 지분을 시가로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대우증권 임직원들이 회사 인수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에 1인당 1억원 수준을 투자하고, 같은 금액을 대우증권의 보증으로 임직원들이 대출을 받는다면 7000억원 수준의 인수금액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노조는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의 주시공사로 유명한 미국 ‘CH2M HILL’사의 예를 들며 종업원지주회사의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이 회사는 세계 170여개 지사 2만35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5개년에 걸쳐 ‘포천’의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종업원지주회사에서 임직원들은 최고 직장의 주인처럼 행동하게 되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활동에 가장 유리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대우증권이 다른 금융자본에게 넘어갈 경우 직원과 소액주주는 안중에 없이 오로지 대주주만을 위해 직원들의 희생만 강요당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