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이후..韓日 개선 조짐 vs. 南北 냉각 지속

by피용익 기자
2014.09.28 15:22:2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된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되면서 한일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는 반면, 박 대통령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에 북한이 반발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당분간 냉각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어느정도 의식한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기조연설에서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코리아 소사이어티 등 뉴욕 소재 연구기관 간담회에서도 예상과 달리 이와 관련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특히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대신과 만나 내년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양국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이후 한 달 반만이지만, 지난 1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가을 개최를 제안한 이후 첫 회담이란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일본이 희망하고 있는대로 오는 11월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선 ‘강공 모드’를 지속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인 북핵 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며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을 압박했다. 또 북한의 인권과 탈북자 인권문제도 거론하면서 국제사회의 압력 및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란 단어는 16차례, ‘인권’은 14차례 각각 언급됐다. 이에 앞서 윤 장관은 23일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27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대(對) 조선 적대시 정책이 완전히 없어져 우리 자주권,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 제거된다면 핵 문제는 풀릴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연설을 반박했다.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같은날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대결에 미친 정치매춘부의 추태’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비난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보인 행보는 한일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