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뜨거운 위례' 첫 입주…기반시설 부족해도 기대감 高高

by박종오 기자
2013.12.15 18:53:11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 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8호선 복정역 근처에서 위례신도시를 경유하는 성남 50번 시내버스에 오르자 창밖 곳곳이 너른 공사 현장이다. 언 땅을 긁어내고 흙을 퍼나르는 삽차와 화물차를 지나쳐 20여분을 달린 버스는 황량한 벌판에 솟은 대단지 아파트 앞에 멈춰섰다. 닷새 전인 지난 9일 입주를 시작한 총 34개동 2949가구 규모의 ‘LH 꿈에그린’ 아파트(보금자리주택 24단지)와 ‘LH 비발디’ 아파트(22단지)는 눈발에 에워싸인 채 주말 집들이가 한창이었다.

▲올해 분양시장을 뜨겁게 달군 위례신도시에서 최근 첫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다. 지난 9일 입주한 ‘LH 꿈에그린’ 아파트(보금자리주택 24단지) 전경. (사진=박종오 기자)
두 단지는 올해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위례신도시의 첫 입주 아파트다.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 거여·장지동, 경기 성남·하남시 일대 677만2950㎡에 조성되는 강남권 마지막 대규모 공공택지지구다. 오는 2017년까지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4만1692가구 등 총 4만2910가구가 공급된다. 지금까지 분양된 아파트는 1만2870가구에 불과하다. 두 단지를 필두로 2019년께까지 4만여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단지 안에 들어서자 사다리차 소리가 귀를 때렸다. 고층 아파트 창틀에 걸린 철제 사다리를 타고 이삿짐들이 끊임없이 운반됐다. 하지만 각 동마다 불 켜진 아파트는 열 채도 안됐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전날까지 24단지 100여가구, 22단지 149가구가 입주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아직 90% 이상이 새 아파트로 이사하지 않은 것이다.

입주민 입장에서 신도시로의 첫 집들이가 달갑지만 않았다. 이미 입주를 마쳤거나 이사 시기를 재는 주민들은 오히려 걱정이 컸다. 상권과 교통 여건 등 기반시설이 아직까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다. 실제로 전체 단지 안에 들어선 상가 점포는 20여곳에 불과했고, 생필품을 취급하는 상점은 단 2곳 뿐이었다. 상가 점포의 절반 가량은 발빠른 중개업소가 차지했다.

열악한 교통 여건도 문제다. 단지 앞을 지나는 버스는 서울 시내버스 440번과 성남 시내버스 50번이 전부다. 이날 입주지원센터를 찾은 윤모(73)씨는 “단지 앞에 아무 것도 없고, 고작 구멍 가게 하나 뿐이다”라며 “노부부 둘이서 식재료 등을 사려면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부족한 교육시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이 주로 입주해 교육 수요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신도시내 보육 및 교육 시설은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이 셋을 둔 박효정(40·여)씨는 “단지 내 보육시설은 정원이 턱없이 적고 그나마 가까운 문정동 쪽 어린이집을 알아보자니 지역 우선 배정 때문에 순위에서 밀린다”며 “초등학교도 2부제를 한다는데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조유진(39·여)씨는 “아이를 매일 차로 20~30분 걸리는 서초 세곡지구에 있는 유치원에 맡기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대안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올해 분양시장을 뜨겁게 달군 위례신도시에서 최근 첫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다. 지난 14일 오후 입주가 개시된 ‘LH 꿈에그린’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사다리차들이 이삿짐을 운반하고 있다. (사진=박종오 기자)
하지만 입주민들은 당장의 불편은 감내할 각오다. 위례신도시의 발전 가능성과 미래 가치가 높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에서는 최근 입주한 두 단지의 향후 시세 등 집값 전망을 높이 평가했다. 보금자리주택인 까닭에 두 단지는 모두 과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됐다. 2011년 12월 본청약 당시 분양가는 3.3㎡당 1083만~1280만원이었다. 당시 송파구 매매 시세의 50~60%에 불과했다. 올해 위례신도시 송파권역에 공급된 민간 아파트 중 가장 낮은 가격에 공급됐던 송파 와이즈 더샵 아파트(3.3㎡당 평균 1715만원)보다도 3.3㎡당 최소 400만원 이상 저렴한 편이다.

입주 뒤 5년간 집을 팔 수 없지만 이미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웃돈)도 꽤 많이 형성됐다. 인근 위례타운공인 관계자는 “과거 이곳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였을 때 아파트 입주권으로 보상받은 지주들의 경우 전용면적 85㎡형을 4억6000만원 선에 분양받아 1억5000만원의 웃돈을 받고 팔았다”며 “현재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위해 활용하는 감정가도 분양가보다 33% 이상 높다”고 말했다.

신도시 내 경전철 개통과 주변 문정지구 개발사업 등 차츰 가시화되는 개발 재료도 풍부한 편이다. 입주 예정자인 김경숙(54·여)씨는 “실거주 목적이라 시세 차익을 바라지는 않지만 발전 기대감은 크다”며 “기반시설이 다 갖춰진 5년쯤 뒤에는 친환경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띠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올해 분양시장을 뜨겁게 달군 위례신도시에서 최근 첫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다. 지난 9일 입주를 개시한 ‘LH 꿈에그린’ 아파트 단지 옆으로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학교 모습이 보인다. (사진=박종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