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막바지 정국대치 정점‥올해도 예산처리 해넘기나
by김정남 기자
2013.10.27 17:17:18
| 여야는 27일에도 국정원 등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을 놓고 공방을 펼쳤다. 사진 위는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여의도당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이고, 아래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회 긴급의총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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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박근혜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마지막주에 접어들면서 여야간 대치가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주 막바지 종합감사에서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 등 민감한 현안들이 한꺼번에 다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감 이후 이어질 여야간 법안 심사, 예산안 심의 등에서도 원활한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는 현안은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이다. 국회 법제사법위가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각각 대검찰청과 법무부 등을 상대로 나서는 국감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국가기관들의 의혹을 집중 추궁하는 민주당 등 야권을 향해 ‘대선불복’이라면서 강하게 성토하고 있고, 이에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향해 국가기관들의 정치관여를 두둔했다면서 ‘헌법불복’을 거론하고 있다. 누구 하나 양보하기 힘든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에서는 27일 검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공소장 변경의 근거로 제시한 5만여건의 트위터 글을 두고 “심각한 오류가 발견됐다”(홍문종 사무총장)는 주장도 나왔다. 대선개입 의혹의 증거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홍 사무총장은 “이는 일부 수사팀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도 말했다. 최근 국정원 댓글과 관련한 수사팀장에서 배제된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윤 지청장의 후임으로 ‘공안통’ 이정회 검사가 임명된 것을 두고 ‘박근혜 책임론’이 전면에 나왔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수사 축소·은폐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31일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 비서실을 상대로 한 정무위 국감에서도 이같은 이슈들로 여야간 대치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4일에는 대선개입 의혹의 중심에 선 국정원이 피감기관으로서 국감을 치른다.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들 중에는 ‘저격수’들이 즐비해 정국심화가 극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5일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실 등에 대한 국회 운영위의 국감에서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31일 국회 환경노동위 국감(고용노동부)에서는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감(교육부·국사편찬위)에서는 교과서 이념논쟁를 두고 여야간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31일부터 이틀간 이어지는 기획재정위 국감(기획재정부)에서도 각각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입법을 두고 여야간 기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는 국감 이후 정기국회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국감 이후 황찬현 감사원장 내정자,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부터 내년도 예산안, 각종 법률안 등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힐 지점이 한 두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날 내정된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를 두고서도 전혀 다른 시각을 보여 추후 인사청문회에서 갈등을 예고했다. 새누리당은 “검찰 내부의 신망이 두터운 적임자”라고 한 반면, 민주당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또 한명의 대리인”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예산안 심의·확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는 헌법에 따라 다음해 예산안을 그해 12월2일까지 처리해야 하지만, 지난 2003년 이후 기한 내에 처리한 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1948년 제헌국회 이후 처음으로 새 회계연도 개시일(1월1일) 이후 예산이 처리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올해 역시 해를 넘겨 예산안이 처리될 게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이 정국을 뒤덮으면서 여야간 대치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