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함정선 기자
2013.07.01 10: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동양그룹은 올해 크레딧 전문가들이 유심히 지켜보는 기업 중 하나다. 이유는 간단하다. 채무는 지나치게 많은 반면 상환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동양그룹이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성차입금은 1조1850억원에 달한다. 이 중 회사채는 8080억원으로 이 가운데 3분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만 약 5000억원에 이른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돈을 벌어서 갚거나, 또다시 돈을 빌려 갚거나 가지고 있는 재산을 팔아서 갚는 방법이 있다.
동양은 현재 돈을 벌어서 회사채를 갚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동양은 레미콘과 건설사업 비중이 50% 수준이다. 건설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돈을 벌어서 이자를 갚기에도 급급하다. 실제로 지난해 동양그룹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477억원에 그쳐 이자비용인 2675억원에도 못 미쳤다.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기존 빚의 만기를 연장하는 차환은 그나마 동양이 기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동양은 지난 2월과 6월 두 번의 차환용 회사채를 발행해 각각 900억원과 61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미뤘다.
그러나 이마저도 앞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94%의 높은 이자를 주고 회사채를 발행하다 보니 고수익을 노린 수요가 몰렸지만 앞으로도 이 방법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며 고수익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동양의 신용등급도 하향 위험에 처해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동양의 신용평가를 기존 ‘BB’에서 ‘BB-’로 한 단계 내렸고, 신용등급전망(아웃룩)도 ‘부정적’으로 바꿨다. 아직 다른 신평사들의 등급은 아직 ‘BB’에 머물러 있지만 언제 강등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자산을 팔아 빚을 갚는 방법도 불확실하긴 마찬가지다. 동양은 공장과 창고, 계열사 등을 매각해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방 레미콘 공장과 부산 냉동창고 등을 이미 팔았고, 동양매직도 교원을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해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동양매직만 해도 원하는 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설령 계열사 등을 팔아 성공적으로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건설과 플랜트 등 남은 사업만으론 앞으로 수익 창출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면 다시 재무안정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동양그룹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온 동양증권이 더 이상 그룹을 지원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동양증권은 오는 10월부터 동양이 발행한 회사채 등을 팔거나 운용할 수 없다.
크레딧업계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거나 건설업황이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