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제약, 다국적사 일반약 판매대행 확대..`도매상 될라`

by천승현 기자
2011.01.19 09:32:17

동화약품, 노바티스와 판권 계약 등 사례 늘어
매출 시너지 기대..`국내사 일반약도 개발소홀` 지적도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다국적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 판매권을 특정 국내업체에 일임하는 추세다. 약국 영업망을 갖춘 국내제약사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국내사 역시 지명도 높은 일반약을 판매함으로써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오리지널 전문의약품에 이어 일반약 시장까지도 국내사가 다국적제약사의 도매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000020)은 한국노바티스와 판권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노바티스의 일반의약품 `라미실`, `오트리빈`, `볼타렌`, `니코틴엘`, `테라플루` 등의 국내판매를 전담키로 했다. 

이중 니코틴엘과 테라플루는 지난해까지 동화약품이 판매해오다 이번에 계약이 연장됐다. 라미실은 그동안 태평양제약이 팔아왔지만 노바티스는 판권을 회수하면서 대부분의 일반약 판권을 동화약품에 넘겨줬다. 동화약품은 이번 계약으로 연간 약 260억원의 추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는 전문약과는 달리 일반약은 별도의 영업조직을 갖추지 않고 도매상을 통해 영업활동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국내에 소재한 대부분의 약국에 대한 영업망을 갖춘 국내 상위사에 일반약의 영업을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 국내사와의 제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국내사 입장에서도 침체된 일반약 시장에서 지명도 높은 제품의 판매권을 가져옴으로써 매출 증대를 이끌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특히 노바티스와 동화약품의 계약처럼 최근 다국적제약사가 자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권을 특정 제약사에 한꺼번에 넘겨주는 `패키지 판권 계약`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유한양행(000100)은 한국UCB와 일반의약품 3개를 포함, 총 8개 품목에 대한 독점판매 계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판매에 돌입했다. 대웅제약(069620)은 지난해 3월부터 베링거인겔하임의 일반의약품 전 품목의 영업·유통을 전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문의약품은 대체적으로 개별 품목의 특성에 맞춰 사업 파트너를 선정하고 있다. 

대웅제약에 일반약 영업권을 넘긴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 발매한 고혈압약 `트윈스타`의 영업은 유한양행과 손을 잡았다. 노바티스는 일반약 판매를 동화약품에 일임했지만 전문약인 고혈압약 `가브스`는 한독약품이 판매중이다.

MSD는 고혈압약 `자누비아`는 대웅제약과, 자궁경부암·로타바이러스 백신은 SK케미칼과 공동으로 판촉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특정 질환 분야에 강점을 갖는 업체를 전략적으로 영업 파트너로 선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전문약과는 달리 특정 제약사에게 일반약 전 제품의 판권을 넘겨주는 이유를 일반약 시장의 고유 특성에서 찾고 있다.

의사들에게 홍보를 해야하는 전문의약품은 특정 질환에 따른 맞춤형 영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 거래처에 영업하는 제품은 제한적이다.  반면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약은 한 거래처에서 모든 제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전문약과 같이 특정 제품에 대한 판촉보다는 `패키지 판촉`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는 "같은 회사의 제품을 여러 경로를 통해 판매하다보면 혼선이 생길 수 있다"면서 "약국 영업력을 갖춘 특정 업체에 일반약의 판매권을 모두 일임함으로써 제품간 매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다국적제약사의 일반약을 국내사들이 판매하는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약의 경우 기술력이 부족한 국내사의 현실상 경쟁력을 갖춘 신약을 배출하기 힘들다는 현실에 다국적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제품을 앞다퉈 판권을 가져오는 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