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대한항공發 ''발행금리 급락'' 어디까지?

by이태호 기자
2008.02.25 10:47:18

현격히 낮은 발행금리로 여전채·회사채 스프레드 축소 이끌어
시장 "펀더멘털 무관한 스프레드 축소세 지속" 전망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먹을 게 없어져 난리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5일 "여전채(여신전문회사 채권)와 일반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가 지난주부터 '묻지마식 투자'로 과도하게 줄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란, 투자 위험이 서로 다른 채권에 대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익률 간 차이. 주로 국고채 금리와의 격차로 표시되며, 발행사의 펀더멘털(내재가치·신용등급 등)과 시장 수급에 따라 변동된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신한카드와 대한항공이 상당히 낮은 금리에 발행을 확정한 것이 급격한 스프레드 축소의 시발점"이라면서 "다른 기업들도 발행금리 낮추기 눈치경쟁에 뛰어들면서 가속도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펀더멘털과 컨센서스(시장 합의 수준) 금리에 기초해 투자를 검토했던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은행채에 비해 스프레드가 지나치게 축소됐다며 여전채와 회사채 투자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신한카드는 '국고채 3년+84bp(1bp=0.01%)' 금리에 200억원의 3년 만기 채권(1268회)을 발행했다. 불과 3일 전에 발행한 1267회차 3년 만기 채권 금리(98bp)보다 스프레드가 14bp나 축소된 것이다.

▲ 카드사들이 발행금리 낮추기 눈치경쟁에 나서면서 발행 스프레드가 급격히 좁혀졌다.(표시된 여전채는 모두 AA등급 3년만기 채권이며 발행금액은 건별로 100억~900억원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 기간 큰 변동이 없었다.)
대한항공(003490)도 지난 19일 입찰을 실시, 2000억원의 회사채(30-1회) 발행을 국고채 3년+68bp 금리에 확정했다. 이달 들어 최근까지 민간채권평가 3사가 공시한 동일 신용등급(A) 회사채 스프레드(100~130bp) 대비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처음 시장에선 양사의 스프레드에 대해 단지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낮다'고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일부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눈에 띄게 낮은 금리에 발행하면서, 여전채와 회사채 전반의 급격한 스프레드 축소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자는 "신한카드와 대한항공이 기존의 시장 예상치보다 상당히 강하게(낮은 금리에) 발행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훨씬 나은 조건에 발행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신한카드보다 한발 늦게 금리 협상을 진행했던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모두 21일 신한카드보다 10bp 이상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양사의 신용등급은 'AA'로 신한카드와 동일하며, 협상에서 발행에 이르는 기간 동안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02~5.08%로 변동이 거의 없었다.
 
한 보험사 채권투자 담당자는 "여전채와 회사채 스프레드가 올해 들어 은행채만큼 크게 빠지지 않은 덕택에 투자 매력이 부각된 것 같다"면서 "지난주부터 펀터멘털과 관계 없이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