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 시대

by조선일보 기자
2006.11.27 11:12:01

리모컨 옮겨 달 수 있는 비데,세번 꺾이는 모니터, 점자 찍힌 캔…
노약자·왼손잡이 등 불편 없도록…문손잡이 바꿔달 수 있는 세탁기도

▲ 사용자 연령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유니버설 디자인’(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삼성전자 3중 접이식 모니터

[조선일보 제공] 웅진코웨이는 최근 전원·세정 등 기능 버튼이 있는 조작부를 떼어내 변기 좌·우 어느 쪽이든 원하는 곳에 붙일 수 있는 비데 제품을 최근 출시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비데는 조작부가 오른쪽에 달려 있어 왼손잡이 소비자는 버튼을 누를 때 몸을 비틀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웅진코웨이는 “이 제품은 조작부를 왼쪽에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왼손잡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노약자와 장애인의 편의를 위한 디자인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노약자와 장애인도 쓰기 쉽게

노약자·장애인을 비롯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뜻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확산되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연령이나 신체적 능력에 관계 없이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과 사용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

임영모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990년 초 미국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확립됐다”며 “우리는 이제 도입 단계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유니버설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사례는 전자제품 쪽에 많다.



LG전자 ‘트롬’ 건조기는 문 손잡이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바꿔 달 수 있게 설계가 돼 있다. 매장에서 모델을 선택한 후 배송 주문을 할 때 요청을 하면 설치해준다. 이 제품 역시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IT 전시회 ‘세빗2006’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3중 접이식 모니터는 화면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어린이나 노인들도 쉽게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제품이다. MP3 플레이어(YP-Z5)의 경우 조작 과정을 단순화시켜 노인들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했고, 메뉴를 선택할 때 선택 메뉴의 이미지가 자동으로 확대돼 시력이 나쁜 사람도 이용하기 좋도록 만들었다.

하이트맥주는 캔 맥주 위에 ‘맥주’라는 뜻의 점자를 표기하고 있다. 회사측은 “시각장애인들이 맥주와 다른 음료를 헷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 조작부를 좌·우 어느 쪽이든 붙일 수 있는 웅진코웨이 비데.
‘맥주’를 점자로 표기한 하이트맥주‘맥스’




최근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지을 때에도 노약자나 장애인이 다니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바닥턱을 없애는 식으로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실생활에 많이 적용돼 있다. 마쓰시타전기산업은 ‘경사형 드럼세탁기’를 내놓고 히트를 했다. 이 제품은 세탁의 드럼통을 30도 정도 경사지게 위를 향하도록 만들었다. 노인이나 주부들이 세탁물을 넣고 꺼낼 때 힘겹게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된다.
 
그밖에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곡선형 볼펜, 콘센트에서 뽑기 쉽도록 머리 부분을 고리형으로 제작한 플러그 등 일본에서는 일상 생활용품까지 유니버설 디자인이 반영돼 있다.
 
경성대 유니버설디자인연구센터 홍성용 팀장은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기능성만 강조하다 보니 사용자 처지에서는 쓰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며 “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