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탄핵發 실물경제 위축…장기화 시 모든 수단 활용”
by이정윤 기자
2024.12.15 14:00:00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환율·주가 급등, 뉴스심리지수 2년래 ‘최저’
대외 어려움 중첩 우려…추경 추진 필요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내 실물경제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정국 불안이 과거의 탄핵 사태보다 장기화 될 경우에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확대될 수 있어, 한국은행은 모든 수단을 활용해 대응할 방침이다.
15일 한국은행은 ‘비상계엄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및 대응방향’이란 자료를 내고 “이번 국회 탄핵안 가결로 정치 프로세스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과거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탄핵 국면에서는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확대시켰지만 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과거 탄핵 국면에서 주가는 투자심리 악화로 하락했다. 국회 탄핵안 가결 이후 단기간내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국고채금리(3년물)는 대체로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환율은 국회 탄핵안 가결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전반적으로 글로벌 달러화 흐름 등에 영향받으며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실물경제의 경우 과거 탄핵 사태는 소비심리를 다소 위축시켰지만 전체 성장률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정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 7일 제1차 국회 탄핵안 부결 이후 환율과 주가의 변동성이 재차 확대됐다.
채권금리는 비상계엄 직후 소폭 상승했다가 시장안정화 조치, 국내 경기둔화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 등에 따라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신용스프레드에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CDS 프리미엄도 비상계엄 직후 소폭 상승했으나,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제심리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그 영향을 관리할 필요가 커졌다. 특히 일별 뉴스심리지수(NSI)가 100 내외에서 등락하다 12월 들어 83.2로 크게 하락하며 22.12월(82.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카드 사용액은 11월 회복 흐름을 보인 후 12월 들어서는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또 12월초 통관수출(1~10일 평균 기준)은 전월과 비슷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한은은 과거와 지금의 탄핵 시절 모두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심리가 약화된 것은 공통적이나,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해외요인이 국내요인과 중첩될 경우 그 영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야정 합의를 통해 경제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은은 “향후 정치상황의 전개과정에서 갈등기간이 길어질 경우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거나 경제심리 위축이 소비둔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추경 등 주요 경제정책을 조속히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함으로써 대외에 우리 경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모습을 가급적 빨리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와 함께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