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탓에 할인율 높은 韓, 그래도 수익 추구하려면"

by김인경 기자
2024.11.21 07:43:12

IBK투자증권 보고서
신규상장 기업 매수-기존 기업 차입매도로 수익 확보
"자발적 중복상장 제거가 가장 좋지만…막을 수 없다면 활용해야"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국내 기업의 중복 상장비율이 18%에 이르는 가운데, 신규 상장기업을 매수(롱)하고 기존 기업을 주식차입매도(숏)하는 기법을 썼을 때 수익을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21일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시장의 높은 중복상장(상장사가 보유한 타 상장사 지분 시장 가치/ 전체 시가총액)비율은 약 18%에 달하며 이는 국내 주식시장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일본, 대만, 미국, 중국 중복상장 비율은 4.38%, 3.18%. 0.35%, .1.98%에 불과하며 미국의 경우, 버크셔 헤셔웨이가 보유한 지분이 대다수이다. 김 연구원은 “즉 글로벌 스탠다드는 상장사가 중복상장을 제거하여 주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머징 비교 국가인 대만, 중국과 비교하면 국내 중복상장 비율은 비정상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복상장이 주가 할인요인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이익을 두번 계산(더블카운팅)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증시의 중복 상장에 따른 연간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더블카운팅 비율 평균(2019~2023년)은 11%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전 코스피 중복 상장 비율은 5% 이내였지만, 이후 10% 전후의 중복상장 비율로 상승했다. 2010년 이후 모회사가 상장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 기업공개(IPO), 기존회사의 유망한 사업부서를 분할해 신규 법인을 설립 이후 IPO, 상장법인이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사업회사로 재상장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부터 중복 상장 비율은 15%를 초과했다. 김 연구원은 “상장사의 이차전지 자회사 상장 증가, 상장한 이차전지 기업들의 이익이 급증하면서 더블카운팅 비율이 증가했다”며 “향후 이차전지 산업의 이익, 시가총액 비중이 더 증가하면 국내 중복상장 비율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코스피의 중복 상장 비율이 증가하고 있기에,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밸류에이션 할인은 더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지수 밸류에이션 시 보수적으로 순이익의 10~15% 수준을 할인 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회복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합병을 통한 중복 상장 제거이나 세금, 자금확보 등으로 앞으로도 중복 상장을 일으키는 상장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따라서 중복 상장 발생을 막을 수 없다면 이를 활용한 전략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복 상장 종목 IPO 이벤트 발생 시, 신규상장 기업을 매수(롱), 신규상장종목의 이익을 연결 또는 관계기업으로 인식하는 기존 상장기업을 차입매도(숏) 하는 이벤트 드리븐 60일 투자 성과를 계산하면 2016년 이후 상장 종목을 대상으로 롱의 성과는 평균 7.5% 숏의 성과는 4.8%로 총 12.4%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규상장 종목(롱 대상) 주가는 IPO 이후 수급, 밸류에이션에 따라 결정되고, 기존 상장 종목(숏 대상) 주가는 중복 상장 할인이 반영되면서 하락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코스피 시장에서 인적분할로 상장하는 신설법인은 상장일 종가에 매수 이후 60일 종가 동안의 주가 평균 성과는 6.73% 이며 존속기업은 -13.1% 성과로 부진했다”면서 “특히 분할 이전 존속기업 60일 성과 역시 -12.7%로 부진했다. 즉, 핵심 자회사가 상장하는 경우 더블카운팅 피해를 받는 기업의 주가하락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