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퇴임 앞두고 與野 '대법원장 임명권' 신경전

by이수빈 기자
2023.04.02 14:41:28

최기상 민주당 의원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
대법원장추천위 구성해 대통령 임명권 제한
野 "대법원장 임명 바로세우기법"
與 "대법원장 추천권, 민주당이 장악하겠다는 것"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9월로 종료되며 차기 대법원장을 둘러싸 여야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법원의 ‘진보 우위 구도’를 유지하려는 포석”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신임위원 임명장 수여식 및 제22차 회의(정기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판사 출신의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대법원장 임명 시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임명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최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대통령이 1인의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위가 구성한 3명 이상의 후보 중 한 사람을 지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장보다 권한과 책임이 적은 대법관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임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장 역시 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돼 시행 중이다.

여권은 이 법안을 제안한 시기와 추천위원회 구성을 문제 삼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김 대법원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민주당이 급작스럽게 법안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29일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한 김 대법원장의 임기 종료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에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사법기관마저 발아래 두고 마음껏 뒤흔들겠다는 민주당의 ‘검은손’이 또다시 작동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 배경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효력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진보적 색채를 유지하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고 해석했다. 김 대변인은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을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구조인 만큼 헌법재판소의 진보 우위 구도를 설명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우리는 이미 ‘검수완박법’의 헌재 판결을 보았고, 앞으로 주요 쟁점마다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비상식을 경험했다”고 질책했다.

대법원장추천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이 법이 통과된다면 추천위원 11명 중 7명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사람으로 임명된다”며 “사실상 헌법상 (대통령에게 있는) 대법원장 추천권을 민주당이 빼앗아 영원히 장악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을 자격이 없는 추천위원회에서 사법시스템을 깨려고 한다”며 “자신들 집권 시엔 여당에 주어진 여러 권한을 누리다 야당이 되니 모든 것을 야당으로 가져가 누리려 한다”고 직격했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30일 이 법을 두고 “대법원장 임명권 제한법이 아니라 대법원장 임명 바로 세우기법”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삼권분립 실현을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대통령 1인의 뜻에 따라 대법원장 후보가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약 여당이 대법원장 추천위원회를 대법원에 두는 것을 반대한다면, 독립적으로 따로 두는 방안을 제시하거나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이견이 있다면 법안 심사 과정에 심도 있게 논의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31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사법부의 독립성이나 중립성을 높이려면 대통령 1인이 지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만난 추천위에서 추천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