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목마른' MZ세대의 힘…꿈쩍 않던 사장님을 움직였다

by이다원 기자
2022.05.05 15:30:48

조직문화 변화 모색하는 삼성·LG CEO들
전문가들 "젊은 직원들, 소통에 목말라 해"
삼성 한종희 “수평 문화…JH로 불러달라"
LG 조주완 "진실되게 통하는 경험 만들자"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3일 온라인으로 열린 ‘리인벤트(REINVENT) 데이’에서 ‘리인벤트 LG전자’를 소개하고 있다.(사진=LG전자)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 경영진도 임직원과의 소통을 확대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구성원의 의문과 불만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겠단 의지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3일 온라인 ‘리인벤트(REINVENT·재창조) 데이’ 행사를 통해 조주완 사장과 임직원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조 사장은 새로 마련한 조직문화 개선안을 직접 설명하고 구성원과 실시간으로 만났다. 그는 “이번 ‘소통’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해야 제대로, 진실되게 통하는 경험을 우리가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정말 많았다”고 운을 떼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LG전자는 긴 전통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보니 사실 안 해본 방식,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라며 “그러다 보니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 때 ‘에이 그거 해봤는데 안 됐던 거야, 그게 되겠어?’라는 의견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게 되겠어?는 해보면 알지!를 이길 수 없다’는 항목을 소개하며 “의문과 우려 대신 ‘한번 해보자, 제대로 해보자’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한종희·경계현 체제 들어 소통이 일상화한 분위기다. ‘소통왕’으로 불리는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은 지난해 12월 개설한 사내 프로그램 ‘위톡’을 통해 매주 수요일마다 구성원과 소통 중이다. 눈에 띄는 점은 위톡에 경 사장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정은승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사업·연구 임원들도 진행을 맡아 소통의 폭을 넓혔다. 또 지난달에는 직원이 직접 위톡에 참여했고, 댄서 모니카를 강연자로 초청하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세트(DX) 부문장(부회장)도 질의에 직접 답변하며 구성원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올해 초 주재한 타운홀 미팅 ‘DX커넥트’에서 한 부회장은 자신을 영문 이니셜인 ‘JH’로 불러달라며 적극적 소통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조직문화는 수평적 문화가 기본 근간”이라며 “앞으로 통합 시너지와 미래준비, 조직 간 협업 등 3가지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비전을 직접 밝혔다. 최근에는 이메일을 통해 구성원과 소통하는 모습이다. 한 부회장이 이메일을 통해 전사 CXI 랩(고객경험 연구소) 구축 계획을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과 LG 경영진의 소통 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유능한 인재를 지키기 위한 열쇠로 소통이 꼽히고 있어서다. LG전자 행사에서 젊은 직원들이 “우리 회사는 엉덩이가 큰 공룡처럼 앉아 있다”, “위로 갈수록 잘 듣지 않는 것 같다”라고 지적한 것처럼 기업 문화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는 소통에 목말라하는 것 같다.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자신의 불만 사항을 토로하는 모습”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이 세대의 요구와 의견을 듣고 개선사항을 반영해 이전엔 ‘불통’이었던 조직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