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발목잡는 규제에…'한국=IT강국'은 옛말
by김경민 기자
2018.07.05 08:38:54
스티븐 서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인터뷰
"4차 산업혁명 시작됐는데 한국은 위기의식도 없어"
"규제가 문제…차세대 육성에도 투자해야"
| 스티븐 서 KSEA 회장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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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한국이 정보기술(IT) 분야의 강자였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미국과 격차는 벌어지고 중국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는 지금 ‘IT 강국’이라는 말은 다소 걸맞지 않아 보인다”
스티븐 서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회장(53)은 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스스로 지금 과학기술이 앞서 가고 있다고 느끼는 듯하지만, 밖에서 보면 온도 차가 크다”며 “중국, 일본, 미국은 숨도 쉬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다소 안일해보인다”라고 했다.
재미교포 1.5세대인 서 회장은 한국이 과학기술에 대한 위기감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산업혁명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고, 5차 산업혁명은 20년 안에 또 시작될 것”이라면서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이미 4차 산업혁명에 돌입한 상태인데, 한국은 이에 대해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가파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따라가기에 한국은 규제가 문제”라면서 “정책 관련 분야에서도 IT 관련 전문가들이 더 많아야 하며, 과학 기술자 등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계도 깊이 있는 연구보다는 다양한 분야가 접목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며, 그런 기회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서 회장은 “KSEA는 20개 과학분야에 종사하는 재미교포들의 모임”이라면서 “다른 분야의 정보를 배우고 교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이오 연구를 하는 그는 협회에서 IT 관련 전문가를 만나 진단 장비를 공동으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서 회장은 “약은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데, 그 효과가 어느 정도 구현되는지 미리 알면 약을 처방할 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런 아이디어가 IT 전문가를 만나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연구개발의 본산인 대학교를 옥죄는 정책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고 오히려 학계를 쇠퇴시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회장은 “한국 대학가를 가보면, 재정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과학 기술을 가장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할 대학이 좋은 교수진을 꾸리고 탄탄한 규모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최형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초대 원장이 미국을 돌며 한인 과학자들의 국내 영입에 나섰고, 이들 몇몇 과학자의 연봉은 대통령보다 높았다는 일화도 있다”며 “이렇게까지 과학기술에 공들였던 한국이 이제는 단지 표만 의식한 정책을 펼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래세대 육성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과학 기술의 힘은 ‘대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양질의 교사들이 청소년들의 흥미 유발에 노력하고, 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학 기술의 경쟁력은 결국 차세대 육성으로 이어진다”며 “한국도 관련 투자가 많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 분야 재미한인들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1971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1965년 출생 △1976년 코넬대 생물학과 △1990년 텍사스주립대 분자세포생물학 석·박사 △1998년 미 국립암연구소 △2007년 헤켄섹대학병원 암센터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