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사모펀드]bhc치킨은 왜 전지현을 모델로 발탁했나
by성선화 기자
2017.10.02 10:45:00
전지현 모델 4년..매출 3배,영업익 2배 급증
가맹점 월매출 650만→1300만원으로 껑충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뉴욕에 본사를 둔 프라이빗에쿼티펀드(PEF) 더로하틴그룹(TRG)의 첫 일성은 치킨업체 bhc 인수였다. 2013년 6월 로하틴은 BBQ치킨의 자회사인 bhc를 120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글로벌 13개국에 지사를 둔 로하틴은 한국 현지화 전략을 위해 시티그룹벤처투자회사에서 아시아 투자를 맡아온 조고든 대표를 영입했다.
조 대표는 한국 현지화 전략의 첫번째 공략 포인트로 F&B(식음료)를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에겐 친숙한 치킨업체가 첫 타깃이 됐다. 오랜 준비 끝에 알짜 우량 회사인 bhc를 인수했지만,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였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경쟁사들처럼 아이돌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발탁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것이다. 당시 업계 1위였던 굽네치킨은 치킨업계 최초 파격적으로 당시 몸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소녀시대를 모델로 기용했다. 소녀시대의 개성 넘치고 발랄한 춤동작과 ‘굽네시대’라는 로고송이 대히트를 치며 동네 치킨집이란 인상이 강했던 굽네치킨의 브랜드 인지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시켰다. 굽네시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치킨업계는 앞다퉈 아이돌 스타를 모델로 발탁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아이돌 스타를 기용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광고대행사는 마침 광고 시장에 나온 전지현을 제안했고, 조 대표는 10분만에 결정을 내렸다.
로하튼이 전지현을 모델로 결정한 것은 bhc 인수 직후인 6월. 그해 12월 전지현을 한류 스타의 반열에 올리며 결혼 후 최고 전성기를 맞게한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방영 전이었다. 절묘한 타이밍에 하늘이 준 기회였다. 아마 몇 개월만 늦었어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버린 전지현의 몸값 탓에 ‘전지현 씨, bhc 씨’라는 로고송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해 12월 중순부터 방영을 시작한 별그대는 첫 회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전지현의 데뷔작 ‘엽기적 그녀’의 천방지축 안하무인 천송이 연기는 그녀를 위해 준비된 배역 같았다.
예상치 못한 드라마의 인기에 광고주이 로하틴은 날개를 달았다. 특히 “눈오는 날엔 치킨에 맥주”라는 대상 한 마디에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에 그야말로 ‘치맥(치킨에 맥주)’ 광풍이 불었다. 로하틴은 ‘별에서 온 코스치킨(별코치)’란 신메뉴를 출시했고 100일 만에 40만개를 팔아치웠다. 이보다 더 큰 대박 메뉴는 ‘뿌링클’이다. 2014년 11월 출시된 뿌링클은 출시 2주만에 치킨업계에서 깨질 것 같지 않는 1등 메뉴인 프라이드 치킨의 매출 비중을 뛰어넘었다. 출시 4개월 만에 bhc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상품으로 급부상했다.
BHC는 전지현이 광고 모델로 활동한 지난 4년 동안 파격적인 성장을 했다. 치열한 치킨업계 경쟁 속에 다른 경쟁사들의 매출은 줄었지만 bhc의 매출은 3배, 영업이익률은 2배로 급증했다. 인수 당시 10%대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이 2년 만에 두배인 20.6%로 껑충 뛰더니 2016년에는 22.6%를 기록했다. 교촌치킨의 교촌에프엔비(6.1%), BBQ의 제너시스바베큐(8.7%) 보다 3~4배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가맹점 당 월별 매출은 인수 당시 65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이 같은 매출 보장이 가능한 이유는 bhc 본사 차원에서 무분별한 가맹점 확장을 막고 최소 5000세대는 보장을 해주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매장은 1300개 정도지만 로하틴은 향후 두배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