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 칼럼] 새해에는 한국의 리더 집단의 반성과 개선 필요

by이민주 기자
2017.01.03 08:51:57

[김성수 문화 평론가] ‘닭의 해’에 닭이 무더기 살처분되고 있다. 이 많은 닭들이 도륙 당하는 현실이 지금의 한국 사회를 빗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닭이란 짐승은 신묘하다. 여명을 느끼고 지붕에 올라 새벽을 불러낸다. 학계에선 이 능력이 뇌하수체 전엽에서 여명을 인지하는 특별한 부위 때문에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그만큼 빛에 민감한 이 동물의 속성을 우리 선조들은 귀하게 여겼다.

더구나 짙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감지하는 능력은 어둠을 몰아내는 힘으로 여겨졌기에 당연히 닭은 귀신을 쫓는 축귀(逐鬼)의 동물로 알려져 있다. 또 닭은 굳이 모이를 주지 않아도 먹이를 해결하는데 주로 사람에게 해로운 해충을 잡아먹는다. 이렇게 악한 것들을 쫒아내니 세상을 두루 평안하게 만드는 동물이어서 가축 중에서 인간에게 가장 도움을 주는 동물로 여겨졌다.

또 닭은 다산성이 강해서 매일 알을 낳고 번식을 잘한다. 금새 알을 낳을 만큼 자라니 식용으로도 효용성이 정말 뛰어나다. 재물을 상징하는 동물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유년의 닭은 더더욱 큰 재물을 불러오는 닭이다. 천간 중 넷째인 정(丁)은 용광로나 화롯불처럼 뜨겁지만 인간에 의해 다스려지는 불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행 중 쇠(金)에 해당하는 유(酉)가 정과 만나면, 변해서 돈이 되기도 하고 농기구나 무기가 되기도 한다. 붉은 닭이 행운을 가져온다는 말은 이런 뜻풀이에서 나온 믿음이다.

일부에서는 정유재란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들어 액운이 깃드는 해가 아닌가 의심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유재란은 우리가 임진왜란이라고 흔히 알고 있는 7년간의 전쟁을 마무리하는 사건이었다. 임진년에 왜가 침략을 감행하자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기에 바빴던 선조 임금과 조선 정부, 심지어 명에게 빌붙어 잘못된 전쟁 마무리를 꾀했던 그 정부의 무능이 빚어낸 필연이 또 한 번의 침략으로 이어진 것이 정유재란이었지만, 조선의 의병들과 이순신을 비롯한 충신들은 닭의 달인 8월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낸다. 그러니 정유년은 오히려 새로운 나라를 꿈꿀 수 있었던, 병신년의 악몽을 씻어내던 희망의 한 해이기도 했다는 것이 역사가 전해주는 메시지이다.



한국인은 세계적 수준의 창의성과 교육열을 자랑한다. 1960년대 세계 꼴찌 수준이던 국내총생산(GDP)을 글로벌 10위권으로 끌어 올린 저력은 바로 한국인의 잠재력에 있다. 이런 한국인이 행복 지수나 자살율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의 리더 집단의 모럴 헤저드와 책임감 결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악몽의 병신년이 물러가는 자리에 수천만 마리의 닭들이 도륙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도 상징적이어서 소름이 돋는다.

어찌보면 그들은 우리 한국인들을 대신해서 희생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수많은 닭들이 살처분 당하면서, 이 잘못된 시스템, 죽어가는 생명 앞에서 철저히 무능한 이 정부, 재물을 숭상하느라고 온갖 디테일한 꼼수를 부리는 이 악귀의 논리들을 어서 빨리 쫒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야 비로소 함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신묘한 닭의 해를 맞이하기에 앞서, 이 많은 닭들의 희생 앞에서 또 한 번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그들의 죽음이 예언 같기 때문이다. 가슴을 후벼 파는 계명성이기 때문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지만, 햇새벽을 온전히 맞이하기 위해서는 리더 집단의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