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방성훈 기자
2013.12.27 10:25:1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국은행은 비트코인이 해킹이나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에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27일 ‘비트코인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조직화·기업화된 형태의 비트코인 서비스나 대규모의 상업적인 사용은 소비자 보호, 과세 및 불법행위 방지 등을 위해 적절한 규제체계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앙은행인 한은이 비트코인과 관련한 자료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가상화폐다. 정부나 중앙은행의 개입이나 발행기관의 통제 없이 다자간 파일공유(P2P)로 거래돼 개인간 거래가 가능하다. 컴퓨터를 사용해 복잡한 수학 연산을 풀면 얻을 수 있다.
지급거래수단으로서의 성장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비트코인이 이론적으로는 지급거래수단으로서 발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여러 가지 한계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계점으로는 ▲취약한 보안성 ▲가격변동성 ▲제한적 수용성 ▲채굴유인 감소 ▲높은 사회적 비용 등이 꼽혔다.
우선, 비트코인이 개인사용자 또는 거래소에 대한 해킹사례가 늘어나는데도 별다른 보안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투기적 거래로 가치가 급격하게 변동할 뿐더러 거래규모도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이 늘어난다고 해도 가치보증 기관이 없어 추가 확산도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또 시간이 지날수록 채산성이 감소한다는 점, 즉 채굴자들에게 보상으로 지급되는 비트코인의 양이 계속 줄어든다는 점이 거래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전기료도 부담으로 작용해 사회적 거래비용이 낮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동규 한은 금융결제국 조사역은 “비트코인은 지급거래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보안의 취약성, 가격의 급변성, 제한적 수용성 등으로 지급수단으로의 성장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의 비트코인이 실패한 시도로 끝난다고 해도 비트코인의 한계점 및 문제점을 개선한 새로운 방식의 가상화폐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규격화, 수용성, 가치변동성, 안정성, 내재적 특성을 봤을 때 비트코인이 민간화폐로 발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