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도 식후경,영암 ‘맛있는 길’

by경향닷컴 기자
2009.05.08 11:40:00

[경향닷컴 제공] 전라남도를 향하는 내내 머릿속엔 맛집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추운 겨울 강원도를 누비고 나서 속을 풀었던 곰치국도 좋았고 벚꽃 만발한 경주에서 먹었던 순두부도 훌륭했지만 숙성된 맛이 살아 있는 남도 음식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영암까지는 서울에서 넉넉잡아 5시간은 걸린다. 서울을 빠져 나오는 게 일단 큰일이지만 서해안고속도로에 올랐다면 영암까진 단숨에 달려갈 수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끝 목포에서 다리하나 건너면 영암이다.

영암군을 가로지르는 길은 많지 않다. 목포에서 이어지는 2번 국도가 영암을 지나 강진을 향해 뻗어 있고 2번 국도와 학산면 독천리에서 만나는 819번 지방도는 영암 읍내를 향한다. 그 가운데로 월출산이 솟아 있으니 산도 보고 맛집도 가는 일석이조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영암읍에서 독천리로 이어지는 도로 - 월출산, 왕인박사 유적지, 구림전통마을 등 영암의 볼거리, 먹을거리를 지나는 도로


매월당 김시습이 “남도에 그림 같은 산이 있다더니, 달은 하늘 아닌 돌 사이에서 솟더라”고 했다. 하지만 금강산을 쏙 빼닮았다는 월출산은 이번 답사의 핵심이 아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 말처럼 길을 따라 남도의 맛집을 찾아보는 것이 먼저다. 영암의 맛집을 알기 전에는 설마 전라남도에서 이 말을 체험할 줄 어찌 알았으랴…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내려 목포를 지나 영암으로 들어서면 삼호읍이 나온다. 대불공단이 있고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된 공업지구가 있다. 이곳은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으로 1981년 둑을 쌓기 전까지 갯벌이 많던 곳이다. 예부터 낙지와 짱뚱어, 게를 비롯한 영암의 먹을거리는 주로 갯벌에서 나왔다. 이런 이유로 낙지와 짱뚱어를 빼놓고 영암 맛집을 얘기할 수 없다.
 
▲   갯벌에서 뛰는 물고기- 영암에서 많이 잡히던 짱뚱어는 이제 신안군의 갯벌에서 주로 잡힌다. 동면을 하기 때문에 4월 중순부터 11월까지 잡힌다.

▲   남도음식의 진미 - 15가지 반찬과 함께 짱뚱어탕을 즐길 수 있다. 낙지 한 마리를 넣으면 시원한 국물 맛까지 더해진다.

1981년 영산강 하구에 생긴 둑으로 지금은 영암에서 갯벌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맛집은 아직도 이곳에 남아 있다. 짱뚱어, 낙지 모두 매한가지다. 짱뚱어는 영암의 대표 음식이다. 지금은 신안이나 영광에서 잡아온 짱뚱어로 음식점을 운영한다. 30년간 짱뚱어탕을 해온 ‘경인식당’ 박영만 사장은 “푹 끓인 짱뚱어탕에 낙지 한 마리 넣어서 머리까지 씹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라며 자랑했다.
 
▲ 영광에서 온 낙지 - 영암에서 더 이상 잡히지 않아 신안, 영광에서 낙지를 잡아온다.


목포에서 2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다 학산면 독천리로 들어서면 작은 마을이 온통 낙지집이다. 이곳 역시 갯벌은 없지만 낙지집은 남아 있다. ‘청하식당’ 김순금 사장은 “요 앞 뻘(개흙)에서 낙지를 잡아다 장사를 했는데 지금은 남편과 두 아들이 신안까지 나가 직접 잡아온다”고 말했다. “잡아온 낙지도 신선하지만 요리할 때 자르는 법, 양념의 종류 등 며느리한테도 알려주지 않은 비법이 맛의 비밀”이라고 했다.



맛집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배를 든든히 채웠다면 이제 남은 것은 월출산이다. 산 아래 ‘구림전통마을’이 있고 월출산 온천도 있다. 먹을거리, 볼거리가 연이어 나타나니 넉넉한 남도의 멋이 느껴진다. 월출산을 오른편에 두고 819번 지방도를 달려 영암읍으로 향한다. 한 달 전만해도 벚꽃이 한참 피었고 그 뒤를 이어 유채꽃이 다시 만발하니 봄의 영암은 꽃들의 축제다.



영암 땅은 청동기시대부터 집단거주가 시작됐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의 월나군(月奈郡)이었고 통일신라시대부터 영암군이라 불렸다. 영산강 하구의 비옥한 땅은 농사짓기 좋았고 사람들은 풍요로웠다. 지금도 군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며 가축을 키우고 있다.

수입산 쇠고기가 들어오는 것을 대비해 전라남도는 2004년 5대 한우 브랜드를 육성했다. 그 중 영암의 ‘매력한우’는 이제 꽃을 피우고 있다. ‘1++’와 ‘1+’등급만 판매를 하는 ‘매력한우 직판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이 호황이다. 270여 회원 농가에서 키우는 1만여 마리의 소 가운데 85%가 6등급 가운데 최고 등급인 1~2등급을 받는다 하니 소 잘 키우기로는 전국 최고다.

한편 보기 드믄 사슴 요리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영암의 사슴농장에서 키워진 사슴을 요리로 만들어낸 사람은 ‘작은영토’ 안재순 사장이다. 처갓집이 영암이라 이곳에 자리 잡았다는 안 사장은 호텔에서 30여 년간 주방장으로 일한 경력을 영암에 풀어놓았다.
 
▲   얇게 썬 배와 함께 먹으면 별미 - 영암 사슴농장에서 직접 공수해온다. 매콤하면서 고소하다.

819번 지방도를 타고 영암읍내로 들어가면 또 하나 맛집이 나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밑반찬을 제공하기도 했다는 ‘중원회관’ 문희례 사장은 전라남도 남도음식명가로 지정됐다. 한우갈비와 낙지를 같이 끓인 갈낙탕이 중원회관의 별미라고 한다.

영암은 길의 시작부터 끝까지 맛집이 늘어섰다. 꽃구경, 산구경의 보는 구경과 남도의 맛집을 따라간 맛의 여행이 어우러지는 곳이 바로 남도 여행의 별미 ‘영암’이다.

버스는 서울에서 영암까지 하루 3차례 운행된다. 열차는 목포역, 나주역, 송정리역에서 내려 영암으로 가는 군내버스 혹은 직행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시외버스는 광주, 목포, 강진에서 20분마다 출발한다.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IC에서 2번국도로 갈아타면 된다. 독천리에서 819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영암읍내로 갈 수 있다. 또는 서울에서 광주를 거쳐 광산IC로 나오면 영암으로 갈 수 있다.


호텔현대/ 삼호읍 영암호방조제 앞에 있다. 061-463-2233
삼호장모텔/ 영암읍 동무리에 있다. 061-471-0067
리젠시모텔/ 영암읍 터미널 뒤에 위치. 061-473-5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