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연 기자
2008.04.10 09:47:52
정부, 감세 등 경기부양책 쏟아낼 듯
금리인하 압력, 당-정-청 한 목소리?..정치권 상황이 변수
출총제 폐지, 지주사 규제완화 속도 낸다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새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내수부양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새 정부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진보 진영이 퇴조하고, 범여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보수 진영이 절대 다수 의석으로 의회권력을 장악하면서 경기부양과 친기업-반규제 정책을 시행할 토대는 굳어졌다.
상황이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다. 한나라당은 기대했던 안정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명박 계와 박근혜 계간 권력다툼이 전개되고, 보수진영 내에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이 정책노선에 불협화를 이룰 경우 MB노믹스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기엔 벅찬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일단 총선결과를 기다려온 정부는 여권의 승리에 맞춰 감세와 규제완화를 양 축으로, 꺾인 경기를 끌어올릴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쏟아낼 예정이다. 총선 이후 여당쪽에서 경기 부양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주면 정부의 금리인하론에도 한층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그동안 주요 경기부양 정책 검토를 대부분 마치고 새 국회 구성 이후인 6월 이후 실행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해 왔다. 이제 한나라당 과반 확보와 보수진영의 의회 장악이라는 원군을 얻어 법을 고치고 준비한 정책을 추진할 일만 남은 셈이다.
다만 일부 친대기업 정책과 금리인하 등의 거시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아 변수로 남아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친박근혜계 인사들의 법안 협조 여부에 따라 대통령이 추진하던 정책 내용이 다소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총선이 끝남에 따라 금리인하에 대한 요구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정부는 "내외 금리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 등을 통해 거의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다.
이에 더해 지난 8일에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도 "내수가 너무 위축되지 않도록 관련부서에서 관심 갖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금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 까지 언급하며 물가 불안을 강조,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총선 이후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이 쏟아짐과 동시에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금리 인하를 외치게 되면 한은이 받는 압력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한두차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하강 압력은 뚜렷해지는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금리인하는 제쳐두더라도, 감세와 규제개혁을 필두로 하는 경기부양책은 지체없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008년 귀속분 부터 2단계에 걸쳐 법인세율을 현행 25%에서 20%로 인하할 계획이다. 올 6월 세법 개정안과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우선 3%포인트 낮추고 다시 2013년까지 2% 포인트를 낮추기로했다.
또 법인세 과표구간을 1억원 이하 13%에서 2억원 이하 10%로 낮춘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최저한세율을 10%에서 8%로 인하한다. 정부는 또 일자리 창출, 장기 성장동력을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는 경우 사실상 실효세율이 인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법인세 인하에 반대한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확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며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과세 구간을 다단계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국회 법 심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이밖에도 8월말까지 이른바 `근본적 세제개편 방안`을 마련해 하반기 국회에서 관련 개정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 세제개편에는 상속세 폐지 또는 완화, 소득세 물가연동제 등에 획기적인 세제 개편 방안이 포함된다.
총선 전 한나라당은 종합소득세율 과세 표준을 단계적으로 내려 현행 8~35%인 소득세율을 1% 포인트씩 낮추는 안을 공약으로 내놓았었다. 또 소득 과표 구간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물가연동 소득세 도입도 약속했다.
또 일부 생필품에 대해 현행 10%씩 붙은 부가가치세도 면제하기 위해 총선 직후 입법화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정부가 선정한 물가 집중 점검대상 52개 생필품과 육아용품에서 부가세 면제 대상을 고를 예정이다.
이밖에 중소기업 지원대책도 6월 임시국회 개원과 맞물려 쏟아지게 된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네트워크론 결제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 투자의 배당소득 전액을 익금불산입 처리하게 해줄 계획이다.
정부는 6월에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회사 중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또 지주회사 부채비율 200% 이내 제한을 없애고, 비계열회사주식 5% 초과 취득 금지도 폐지할 방침이다. 모두 새 국회 후 첫 임시국회가 될 6월말 통과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런 대기업 중심의 규제완화는 한나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다고 해도 속전속결로 법이 개정돼 곧 실행에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심해 수월한 법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밖에 외국인학교 등 외국 교육기관 설립규제 완화, 의료서비스 경쟁력 촉진, 지방 회원제 골프장 이용요금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 등 서비스 수지 개선책도 올 하반기 추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