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지노업계 "마카오로 가자!"

by김경인 기자
2005.08.18 10:58:38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미국의 내로라하는 카지노 업체들이 아시아의 `도박 허브` 마카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마카오에 카지노를 세워 중국 본토 고객들을 유치하겠다는 단 꿈에 젖어, 중국인의 기호를 파악하기에 여념없다.

마카오 도박시장은 약 40년간 홍콩의 `도박 제왕` 스탠리 호의 독점 하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의 영업을 승인키로 동의함에 따라, 준비된 기업이라면 어느 곳이나 정부의 승인을 얻어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세계 최대 카지노인 MGM미라지(MGM Mirage)와 미국의 `카지노 아이콘` 스티븐 윈이 이끄는 윈 리조트(Wynn Resort)가 마카오 진출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마카오 최초의 외국 카지노인 라스베가스 샌즈(Las Vegas Sands)다.

라스베가스는 샌즈는 올 초 "120억~150달러를 투자해 마카오에 호텔, 카지노, 소매점 등을 개발할 것"이라며 "10년안에 마카오의 코타이 스트립(Cotai Strip)을 아시아의 라스베가스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3000개의 룸을 보유한 라스베가스의 베네시안 카지노 리조트와 유사한 건물을 마카오에 건설키로 했다. 약 20억달러가 소요될 마카오 베네시안 리조트는 내달 중 공사를 시작해 2007년에 오픈할 예정이다.

라스베가스 샌즈는 또한 지난 봄에 마카오에 문을 연 최초의 외국계 카지노의 규모를 현재보다 65% 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라스베가스 샌즈가 마카오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고객들에게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빌 와이드너 라스베가스 샌즈 사장은 최근 월트 디즈니 디자인 담당자인 지인 윙 차오로부터 풍수 전문가 한 사람을 소개 받았다. 그는 2억6000만달러 규모의 카지노를 설계하는데 있어 풍수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다.

그 풍수 전문가는 카지노장의 모서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곳에 응집된 좋은 기운이 물을 향해 나가는 구도로 설계돼 있다는 것. 그는 대신 카지노의 `단물`이 모일 수 있도록 하나의 동그란 벌통 모양으로 지으라고 권고했다.



회사 측은 그의 권고에 즉각 동의했다. 와이드너 사장은 "우리는 결코 `외국 악마(foreign devil)`이 할 법한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중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결코 듣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풍수를 고려한 건축은 라스베가스 샌즈가 중국 시장을 사로잡기 위해 펼치는 노력의 작은 예 하나에 불과하다. 샌즈는 마카오에 엄청난 물자와 에너지를 쏟아부음으로써 회사의 미래를 중국 시장에 베팅한 상태. 경쟁사들이 발을 들이기 이전에 확고한 위치를 잡기위해 만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샌즈의 마카오 카지노에는 칵테일 웨이츄레스 대신 `티 보이(tea boys)`가 도박장에 대기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 사람들이 서양인과 달리 도박할 때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

또한 중국 문화의 중심인 다양한 `음식`을 구비할 계획이다. 리조트의 레스토랑에는 약 40~50개의 광범위한 국수류의 음식들이 제공될 것이며, 이를 위해 수많은 아시아 요리사들이 현재 라스베가스로 불러들여 요리 비법을 전수받고 있다.

도박판에도 서양에서와의 사뭇 다른 전략을 사용한다. 미국 카지노의 주요 매출원인 슬롯 머신은 단 850대만 들여놓을 예정이다. 라스베가스 카지노에 2100대를 구비해 놓은 데 비해 상당히 적은 숫자다.

와이드너 사장은 "중국인들은 슬롯머신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며 "호랑이 도살을 테마로 한 새로운 슬롯버신을 제작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슬롯머신을 `사람들을 잡아먹고 뼈만 뱉어낸다`는 의미로 `타이거 머신`이라고 칭한다.

샌즈는 또한 아시아인들이 바카라와 같은 테이블 게임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 라스베가스에 130대에 불과한 테이블을 마카오 객장엔 360개 가량 들여놓을 예정이다.

BOA증권은 최근 마카오의 도박 매출이 2010년에 130억~16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68억달러의 매출고를 올렸던 라스베가스의 위세를 뛰어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마카오의 수요가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마카오의 도박 매출은 전년비 12% 가량 줄었고, 마카오 여행자 증가율도 지난해 40%에서 올 1분기 19%로 급격히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