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반드시 성공…다주택자, 손해보지 않고 팔 마지막 기회"

by김은경 기자
2026.02.01 14:28:29

1·29 대책 이후 세제개편 의지
"다주택자, 집 팔 마지막 기회"
6만가구 공급 효과까지 최소 7년
단기 안정 위해 보유세 손질 전망
"똘똘한 한 채 선호 고착화" 우려도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부가 도심 핵심지 6만가구 공급을 골자로 한 ‘1·29 도심 공급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집값 안정은 주가 5000포인트 달성보다 더 쉽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정부의 다음 정책 수순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공급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통령 발언은 단기 집값 관리 수단으로 세제 카드를 염두에 둔 메시지로 해석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1일 관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31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계곡 정비나 주가 5000 달성이 세인들의 놀림거리가 될만큼 불가능해 보이고 어려웠지만 총력을 다해 이뤄낸 것처럼, 그보다는 더 어렵지도 않고 훨씬 더 중요한 집값 안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값 안정을 위해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능한 수단은 얼마든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지금까지는 최적의 강력한 수단을 쓰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국민을 믿고 정치적 유불리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주택자를 향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 잡으시기 바란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이어 올린 글에는 “정부는 의지와 수단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정부정책에 맞서 손해보지 말고,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말고 감세 혜택 누리며 다주택 해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도심 공급대책과 별개로 세제를 통해 시장 기대심리를 조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다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공급대책에 포함된 주요 사업들이 계획대로 추진해도 대부분 2~4년 후 착공 일정으로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7~8년이 소요되는 만큼 공급만으로는 단기 가격 흐름을 통제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대책에 포함된 50개 지구 가운데 착공 시기가 2030년으로 계획된 곳이 27곳으로 절반을 넘는다. 2027년 착공은 7곳, 2028년은 6곳에 그쳐 2027~2028년 착공 물량은 13곳에 불과하다. 2029년 착공은 10곳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당장의 시장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으로는 보유세·거래세 등 세제 조정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실무라인에서도 세제 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보유세와 거래세를 포함한 합리적인 조세 개편 방안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29 대책 발표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세제 개편이 다음 정책 수순으로 검토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들어 주택 가격 지표는 여전히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1% 상승해 지난주(0.29%)보다 오름폭을 확대했다. 지난해 10·15 대책 발표 다음인 20일 조사에서 0.50% 오른 이후 14주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이같은 집값 상승세 속에서 공급 정책이 효과를 내기 전까지 집값을 관리할 추가 수단이 필요하고, 공급과 금융 규제를 이미 상당 부분 동원한 상황에서 정책 선택지가 세제로 좁혀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은 중장기 카드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기대 심리를 관리할 장치가 필요한데, 정부로서는 세제가 사실상 남은 수단”이라고 말했다.현재로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조치가 세제 효과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해당 유예는 오는 5월 9일 종료될 예정이나, 정부는 종료 시점을 1~2개월가량 늦추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 “종료 시점을 5월 9일로 할지, 한두 달 뒤로 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10·15 대책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된 지역의 거래 여건과 매매 계약 체결 후 잔금 지급까지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해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토대로 시행령 개정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보유세 체계 전반을 손질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고가 1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기준을 재정비하거나, 보유·거래 단계의 세 부담 구조를 조정하는 시나리오가 함께 검토되고 있다. 급격한 세율 인상보다는 조세 구조를 통해 시장 신호를 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연구용역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보유세와 거래세를 포함한 전반적인 조세제도 개편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의 효과를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쪽에서는 “공급과 금융 규제를 모두 동원한 상황에서 세제까지 신호를 주면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규제 강화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더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도권 과열과 지방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에서 세제 강화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세 개편은 집값 안정의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지만 거래 위축과 임대시장 영향 등 부작용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