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경계선 성격장애 가능성…‘성폭행 주장’도 사전 계획”

by장구슬 기자
2019.06.11 08:42:14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경계선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고씨가 정서 불안정성이 특징인 경계선 성격장애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선 성격장애란 불안정한 대인관계, 극단적인 정서변화와 충동성을 나타내는 장애로, 전체 성격장애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사이코패스나 경계선 성격 장애는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 굉장히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 못 하게 하면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며 “고씨는 거기에 더해 굉장히 정서가 불안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면접교섭권 재판에서도 소란을 피웠는데, 이는 냉혈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이코패스와 약간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씨는 사이코패스에 부합하는 일부 특징들이 있기는 하지만 경계선 성격 장애일 개연성이 더 높아 보인다”며 “어쨌든 성격장애이기 때문에 (고씨가)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고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 “양육권 다툼만으로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씨가 양육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남편이 면접교섭권으로 법적인 시비를 거는 것을 일종의 자신에 대한 적대감의 표현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면서 ”면접교섭권을 허용하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것인데,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보니까 앙심을 품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씨와 전 남편 강모씨(36)는 지난 2017년에 이혼했고 아들의 양육권은 고씨가 가져갔다. 이혼 후 고씨는 강씨에게 아들을 보여주지 않았고, 이에 강씨가 면접교섭권을 주장하며 법원에 가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초 법원은 강씨의 손을 들어줬고 2년 만에 아이를 만나러 갔다가 변을 당했다.

이 교수는 강씨가 성폭행을 시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고유정의 진술에 대해서는 “기망하려는 주장으로 보인다”며 “성폭행의 그 어떤 증거도 객관적으로 입증된 게 없다. 우발적 살인으로 몰고 가기 위한 사전 계획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지금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남편의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문자를 보낸 기록도 있지 않느냐. 이게 다 짜인 시나리오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한 펜션에서 미리 준비한 도구들로 강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틀 뒤 고씨는 시신을 훼손한 후 봉투에 나눠 담아 차에 싣고 펜션을 떠났다. 그 다음날 고씨는 제주항에서 완도항 여객선에 오르기 전 종량제 봉투를 추가로 구입해 시신을 옮겨 담은 뒤 일부는 바다에, 일부는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 소유 아파트에 가져가 훼손한 뒤 유기했다. 이후 고씨는 자택인 충북 청주시로 이동했고 지난 1일 자택에서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

경찰은 지난 5일 인천시 서구의 한 재활용품업체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 일부를 수습했다. 범행 장소인 펜션이서는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을 찾아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11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는 사건 검찰 송치를 하루 앞두고 고씨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