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단, 靑 외압의혹 본격수사…성범죄 피해여성 금주 출석(종합)

by이승현 기자
2019.04.14 14:32:54

당시 경찰 수사팀 지휘부 이세민 전 기획관 소환조사
경찰 수사팀 이어 靑 민정라인 소환해 조사할 듯
''동영상 등장'' 여성, 증거자료 제출 및 진술 예정
주변인물 저인망 조사…이르면 이번주 尹 소환 가능성

성폭력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23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 MBC뉴스데스크 화면캡처)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지난 2013년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에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사실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른바 `김학의 성범죄 동영상` 속 피해 여성임을 주장하는 A씨가 이번주 검찰에 출석해 어떠한 자료와 진술을 내놓을 지도 관심사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학의 사건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지난 12일에 이어 이날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수사단은 또 이번 주 A씨를 불러 김 전 차관 성범죄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고 당시 정황에 대한 진술을 들을 계획이다.

이 전 기획관은 2013년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 경찰수사팀 지휘라인에 있었다. 그러나 수사기획관 발령 4개월 만인 같은 해 4월 경찰대로 갑자기 전보돼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했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김기용 경찰청장이 임기를 남기고 물러났는데 뒤이어 이성한 청장이 취임한 뒤 4월 첫 인사에서 이 전 기획관 등 김 전 차관 사건 수사 지휘라인이 모두 바뀌었다. 앞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와 함께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경찰 수사 부당개입과 인사 불이익 등 직권남용 혐의를 다시 수사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특정했다.



곽 의원 등은 이에 대해 경찰이 김 전 차관 의혹 내사 사실을 보고하지 않다가 임명 발표일에야 내사 사실을 알렸다며 경찰 수사에 대한 부당한 개입과 외압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들은 청와대에 김 전 차관 의혹 관련 사실을 보고했지만 묵살당했고 결국 좌천인사를 당했다는 입장이다. 수사단은 이 전 기획관을 비롯해 당시 경찰 수사팀 및 지휘부 관계자들을 조사한 뒤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을 소환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방침이다.

수사단이 A씨 조사에 나선 건 핵심 물증인 김학의 동영상에 대한 검증과 함께 뇌물 의혹에 대한 단서 파악 차원으로 해석된다. A씨는 지난 2013년 경찰 조사와 이후 1차 검찰 조사에서 김학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며 다른 사람을 피해자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듬해 A씨는 이를 번복해 자신이 동영상 속 여성이라며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등 혐의로 고소했다. 2차 조사에 나선 검찰은 해당 동영상에서 얼굴 식별이 곤란해 인적사항을 특정하기 어렵고 A씨의 진술 신빙성도 높지 않다는 등 이유로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또 당시 경찰 조사에서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이 든 봉투를 건네는 것을 봤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YTN이 지난 2013년 경찰이 확보했다는 김학의 동영상의 고화질 원본을 입수했다며 12일 공개하자 김 전 차관 측은 “영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부인했다. YTN은 “기존 공개됐던 휴대전화 촬영본과 같은 내용이지만 흐릿하지 않아 얼굴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며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화면 속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이에 대해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수사를 통해 A씨가 김학의 동영상의 등장인물인 게 증명되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58)씨, A씨와의 구체적 관계를 밝히는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

수사단은 윤씨의 동업자와 5촌 조카 등 친인척, 윤씨가 소유했던 강원 원주 별장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연이어 소환해 조사했다. 주변인물 조사로 윤씨와 김 전 차관의 관계를 규명하고 두 사람 사이의 금전거래와 대가성 여부 등에 대한 단서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이다. 수사단은 주변인물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윤씨를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윤씨가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공여를 인정하며 수사에 협조할 지 여부다. 앞서 윤씨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지난 2005~2012년 김 전 차관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김학의 사건 수사단이 지난 2013년 경찰 수사팀에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