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쇼크`에 무너진 암호화폐…1시간새 19兆 날아갔다
by이정훈 기자
2018.09.06 08:30:55
[이정훈의 암호화폐 투데이]비트코인 4%↓ 780만원대로
이더리움 13% 폭락해 27만원대…알트코인 동반 추락세
골드만삭스, 암호화폐 투자 일단 보류…규제 불확실성
7~8일 EU 재무장관회의…거래소·ICO 규제안 협의
| 최근 1주일간 암호화폐 시가총액 추이 (그래픽=코인마켓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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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큰 폭으로 추락하고 있다.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암호화폐시장에 직접 뛰어 들겠다는 계획을 보류하자 실망매물이 쏟아지고 있고 유럽연합(EU)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암호화폐공개(ICO)를 규제하는 단일 법안 마련에 착수한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6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5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4% 이상 하락하며 780만원대로 추락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5% 이상 떨어져 6960달러까지 주저 앉았다. 일단 7000달러 지지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하락한 비트코인은 장기 하락 추세선의 고점인 8500달러와 8월 중순 하락한 뒤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이 되고 있는 6000달러의 넓은 박스권이 이어질 전망이다.
알트코인 낙폭은 훨씬 크다. 이더리움이 무려 13% 이상 급락하며 27만원대로 내려간 가운데 리플과 비트코인 캐시, 이오스, 에이다, 모네로 등 주요 코인들이 10% 이상 급락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장중 한 시간만에 170억달러(원화 약 19조1000억원) 어치 시가총액이 증발하며 전체 시총이 2184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 들었다.
골드만삭스 쇼크가 가장 컸다. 이날 미국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암호화폐시장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내 규제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당분간 암호화폐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골드만삭스가 시장에서 예상했던 월가 최초의 암호화폐 전문 트레이딩 데스크 설치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내 규제 여건을 감안한 것으로, 암호화폐시장은 여전히 규제의 회색지대로 놓여 있는 상태다. 한 소식통은 “감독당국 규제를 받은 금융회사가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밟아야할 법적, 제도적 단계가 많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이날 마이클 더밸리 골드만삭스 대변인도 “현 단계에서 우리가 암호화폐시장에 뛰어들 것인지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다만 암호화폐 트레이딩 데스크가 최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것일 뿐 골드만삭스가 이같은 계획을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언제든 트레이딩 데스크를 개설할 준비는 돼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지난 4월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 전문 트레이더인 저스틴 슈미트를 유가증권본부내 디지털자산시장부문 대표(부사장)로 영입한 바 있다. 슈미트 대표는 MIT대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트레이딩 전문회사인 월드퀀트와 LMR파트너스, 세븐에잇캐피털 등에서 퀀트 운용을 전문으로 했고 지난해부터는 암호화폐 운용에 집중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미트 대표 영입으로 골드만삭스가 월가에서는 최초로 암호화폐 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트레이딩 데스크를 설치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었다. 당시 골드만삭스측은 “다양한 디지털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에 부응해 어떻게 하면 이 분야에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나 서비스 제공여부를 최종적으로 결론내진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지난해 12월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자 모건스탠리와 함께 청산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골드만삭스가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인 서클(Circle)이 4억달러(원화 약 4290억원)를 들여 미국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폴로닉스(Poloniex)를 인수한 바 있다. 다만 암호화폐 트레이딩 데스크 설치 계획이 보류된 가운데서도 골드만삭스가 함께 추진했던 암호화폐 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을 주로 상대로 하는 암호화폐 수탁(custody)서비스는 여전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EU는 암호화폐 매매와 ICO에 대한 공통적으로 적용한 단일 법령을 만들고 암호화폐 투자와 보유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7일과 8일 양일간 비엔나에서 열리는 EU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재무장관들이 사전에 작성한 공동 합의문을 단독 입수, EU가 암호화폐 거래소와 ICO에 대해 공통된 규제 법령을 만들어 채택하는 한편 암호화폐 산업의 잠재력과 그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합의문 초안은 실제 회의에서 조율을 거친 뒤 최종안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 초안에서는 “암호화 자산이 가지는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 언급하면서 “실제하지 않는 자산이라는 속성 탓에 비트코인을 직접 규제할 순 없지만 이를 다루는 거래소와 기업 등은 규제할 수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해 더 엄격한 공시 의무를 부과하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금지할 수도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올해 EU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현재 EU 각국 재무장관들에게 자국내 암호화폐 규제 현황을 질의하고 암호화폐가 가지는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EU 각국은 암호화폐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데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비트코인도 유로화를 통한 거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포괄적인 규제 마련을 피해왔다. 그러나 암호화폐 가격 번동성이 지속적으로 큰 상황에서 일부 사기나 자금세탁 등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자 규제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 1월까지만 해도 8000억달러가 넘었던 ICO 규모는 8월 들어 2000억달러 수준까지 급감했고 달러화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 역시 올들어서만 60% 정도 하락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EU 국가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이나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EU시장은 글로벌 ICO에서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홍콩에서 사업을 시작했던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최근 EU내 작은 국가인 몰타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