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M&A 공시]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 현대상선 살리려 벼랑 끝 승부수

by이연호 기자
2016.02.06 12:55: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2월 첫째 주(2월 1~5일) 인수·합병(M&A) 공시들 중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것은 현대그룹 추가 자구안 관련 소식들이었다. 해운업 장기 불황으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011200)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12월에 이어 2년여만에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현대증권(003450) 등 금융 3사 매각 재추진, 부산신항만터미널 매각, 현정은 그룹 회장 300억원 사재 출연 등의 소식들이 연일 공시를 통해 전해졌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현대증권 지분 22.4%와 기타주주 지분 0.13% 총 22.6%를 매각하기 위해 매각 자문사로 EY한영을 선정하고 매각 공고를 냈다. 추가적으로 현대상선은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이 40.4%로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벌크전용선 사업부문을 에이치라인해운에 최대 1억달러(약 120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현대상선 부채 약 4200억원도 떠안기로 했다. 현정은 회장이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추가 자구안이 유효적절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제분 매각 실패로 인해 공모회사채 303억원에 대한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면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던 동아원(008040)과 한국제분은 사조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애초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던 동아원과 한국제분 매각은 채권단과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이 사조컨소시엄(사조씨푸드(014710)·사조해표(079660)·사조대림(003960))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면서 전격적으로 막을 내렸다.



사조씨푸드가 34.06%(400만 주), 사조대림과 사조해표가 각각 25.55%(300만 주)씩으로 사조그룹 3개 계열사가 총 85.16%(1000만 주)의 한국제분 지분을 인수했다. 사조씨푸드가 400억원, 사조대림과 사조해표가 각각 300억원을 부담한다. 한국제분은 동아원 지분 39.32%를 가진 동아원의 최대주주로 사조그룹은 1000억원으로 한국제분은 물론 동아원까지 같이 인수하는 효과를 거뒀다. 동아원(한국제분 포함)은 국내 제분업계 ‘빅 3’로 꼽히며 약 25%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회사다. 사조그룹은 이번 인수로 종합식품 회사로 한걸음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지난 3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한 (주)동양(001520)은 졸업과 동시에 적대적 M&A의 표적이 되고 있다. 유진기업(023410)은 지난달 19일부터 장내매수를 통해 (주)동양 지분을 8.86%에서 9.31%로 늘리며 파인트리자산운용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와 관련 유진기업은 지분 보유 목적도 기존의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하며 “이제 (주)동양이 법정관리를 졸업한 만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동양은 법정관리 기간 동안 동양시멘트와 동양매직 등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부채를 모두 털어 내고도 현금 5000억원을 손에 쥔 우량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무주공산 상태인 알짜 회사 (주)동양에 대한 지분 매입 경쟁은 갈수록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은 (주)동양이 투기 세력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주)동양 지분 33% 이상을 확보해야 경영진 교체가 가능하다.

이밖에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과 관련해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로 합의하고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애초 지난해 12월 말 본입찰에서 1조3600억 원의 최고가를 써 낸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금액 등 인수 조건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기한 내 본계약을 체결하는 데 실패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재선정한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매각 가격이 아무래도 더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