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예술가 조수미 "음악으로 외교..나의 사명"

by김혜미 기자
2015.06.28 13:39:39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본래 아버지께서 외교관이 되길 원하셨고 어머니께서는 성악가를 꿈꾸셨어요. 유엔에서 열린 평화 콘서트에 참여하게 된 것도 부모님께서 제게 주신 사명을 따르기 위한 겁니다. 내년부터는 유럽 외에 미국에서도 공연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53) 씨는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열린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 평화 콘서트를 끝낸후 밝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기교가 많이 들어간 곡들을 소화하느라 지쳤을 법도 한데 좀처럼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조수미씨는 이번 콘서트에서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Les Oiseaux dans la Charmille’(인형의 노래)와 빈센초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 중 ‘O rendetimi la speme..Qui La Voce Sua Soave’(그대의 달콤한 목소리가 나를 부르네)를 불렀다. 마지막 앵콜곡인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을 때 관객들은 일제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번 콘서트는 이틀 전 교민들을 대상으로 한 뉴욕 맨해튼 카네기홀 콘서트 내용을 유엔 본부에서도 재현한 것이다.

“선곡은 모두 제가 직접 했어요. 유엔 본부는 아무래도 클래식 공연장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지만 재미있고 제 목소리를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선택했습니다.”



조수미 씨는 공연 도중 “바로 이틀 전, 한국이 분단된 지 65주년이 됐다. 그런데 아직 통일에 대한 뚜렷한 신호가 없다”며 가슴 먹먹해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 “유엔에는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참 많은데 그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의미있는 공연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 씨는 전세계 순회 공연으로 바쁜 일정 중에서도 틈틈이 세계 평화콘서트 같은 의미있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 공연을 하며 본인도 감동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음악을 듣고 마음 속 응어리와 회한을 털어놓은 참전용사들이 자신을 안아줄 때 감명 깊었다는 것이다. 그는 “잃어버린 젊음이랄까, 가슴 속 억울함이랄까 이런 것들이 모두 녹아나는 공연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조 씨는 내년에 국제무대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그는 “지금까지는 유럽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내년부터는 미국 공연도 더 많이 할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한국과 미국, 유럽, 남미 등에서 순회공연을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가곡들을 새로 편곡한 앨범도 준비 중이다. 그는 “한국 가곡에는 한민족의 한과 애환이 많이 담겨있는데, 앞으로 건전하고 밝은 내용을 담은 앨범을 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