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기획]이런 증권사 지점 `상상해 보셨나요?`
by김자영 기자
2011.11.14 10:55:38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거리를 걷다보면 곳곳에 은행 지점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은행만큼 많아진 것이 증권사 지점이다. 사람과 돈이 좀 든다 하는 곳에는 증권사 지점들이 넘쳐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곳이 강남이다. 전문직 종사자나 고액 연봉의 직장인이 많고 고급 아파트촌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또 주식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가 다른 지역보다 개방적이라는 점도 작용한다.
증권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지점의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먼저 주로 건물 2층 이상에 위치하던 것을 1층으로 내리는 곳들이 많아졌다. 고객을 더 쉽게, 친근하게 만나기 위해서다. 꼭 볼 일이 없어도 고객들이 쉽게 들러 증권사 서비스와 친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감성 마케팅에 신경을 쓴다는 점도 최근 두드러진 특징이다. 지점 공간을 각종 모임을 위해 대여해주거나 각종 강연, 이벤트 등을 수시로 열고 있다.
지점들간의 경쟁으로 통·폐합이 늘고 있지만 남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화점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강남역 일대에서는 이미 입소문이 자자하다. 일명 `통유리 카페`라고도 불리는 현대증권 부띠끄모나코지점 얘기이다. 부띠끄모나코는 지난 2008년 완공된 고급 오피스텔로 이 일대 유명 건축물이다. 큐브(정육면체)가 군데군데 튀어나오거나 들어가는 모양으로 만들어져 거대한 예술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당시 현대그룹에서는 마침 여성만을 위한 금융회사에 대한 아이디어가 막 나왔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을 맡은 이후 여성 리더십과 복지 등을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여성 특화지점이다. 이왕이면 여성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곳을 찾다가 결정한 곳이 부띠끄모나코 1층이었다.
실내 인테리어 역시 `여성`에 중점을 뒀다. 여자와 돌, 바람이 많다는 제주도를 테마로 했다. 들어서자마자 제주도에서 흔히 봤던 현무암들이 모든 벽을 에워싸고 있다. 특히 바람 대신 통유리를 통해 낮시간 내내 들어오는 햇살이 현무암과 만나 따뜻함과 안정감을 준다.
또 입구를 두 개 마련했다. 하나는 창구쪽으로, 나머지 하나는 카페 라운지로 바로 통하도록 해 직원들과 마주치는 부담없이 지점에 들어와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문을 열자마자 주변에 근무하는 대기업 근로자와 전문직 여성들이 줄을 이었다.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각종 세미나를 저녁마다 열었다. 와인, 요리, 커피, 메이크업, 건강, 꽃꽂이 등 다양한 주제의 강좌를 수시로 개설했다.
각종 모임을 공략하기도 했다. 여고동창회, 주부들의 계모임, 학부모 모임 등에 공간을 무료로 빌려줬다. 반응은 무서웠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이 흐르고 곳곳에는 이영인 작가의 `현실과 파괴의 재구성` 시리즈가 할로겐 조명을 받고 있다. 갤러리카페인가 싶지만 증권사 지점이다. 증권사 지점으로 유일하게 갤러리로 등록돼 있는 대우증권 WM클래스 역삼역갤러리지점이다.
수십억원 이상을 가진 자산가들 사이에서 그림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자산관리 서비스 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을 수시로 접할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럽게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배진묵 센터장은 "기존 고객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봤더니 어떤 장소를 가장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가 대부분이었다"면서 "거기서 착안해 갤러리 지점을 만들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림 작품에 관한 정보과 관리를 위해 전문 큐레이터를 고용, 미술 작품 거래를 돕고 있다. 또 매달 작가와 작품을 교체해 다양한 느낌의 작품을 고객들이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 중이다.
그림 전시를 위해 지점 내부 인테리어 역시 넉넉한 공간미를 강조했다. 모든 내벽은 그림을 걸 수 있도록 조명과 마감재를 사용했다.
배 센터장은 "인근에 대기업 임원과 외국인, 유명학원의 스타강사 등의 고객들이 많아 그림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문을 연 이후 총 20회의 전시회를 열어 10여개 정도의 그림이 거래됐다"고 전했다.
대우증권 WM클래스 역삼역지점은 갤러리로 특화된 지점이기는 하지만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하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해서 도입하고 있다. 세금, 상속과 증여에 관심을 가지는 고객수가 많아 지점내에 세무사와 공인회계사 등이 상주하고 있다. 지점 회의 공간은 개점 당시부터 고객들에게 카페로 개방하고 있다.
외국 바이어들이 많이 오고가는 동네이다보니 미팅 장소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젊은 회사원들을 위해 미국드라마를 매주 금요일마다 상영하기도 했다.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 온 직원이 직접 나서 영어표현을 설명해주는 등 젊은 고객들과의 소통 기회도 늘려가고 있다.
배 센터장은 "내년부터는 입시 앞둔 자녀를 둔 고객들을 위해 입시상담코너도 만들 계획"이라면서 "또 골프용품 회사인 핑(Ping)과 협약을 맺어 스크린골프를 설치하고 강습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과 아래윗층에 위치한 우리투자증권 강남역 S&G(Systemtrading&Global) 센터 역시 국내에서 유일한 지점이다.
흔히 시스템트레이딩이라고 하면 증권사에서 일방적으로 짜놓은 프로그램이거나 초단타매매자(스캘퍼)들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직접투자를 좋아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특성에다 시스템트레이딩을 결합시킨 것이 우리투자증권의 `우리트레이더` 홈트레이딩시스템(HTS:Home Trading System)이다.
이 HTS는 HTS 기능을 최소화하는 대신 시스템트레이딩 기능을 넣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이다. 기존 HTS처럼 주식을 사고 파는 기능은 물론이고 본인이 짜놓은 프로그램대로 주식을 자동 매수, 매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시스템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교육이 필수다. 강남역 S&G센터에서 이 교육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기초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부터 시작해 시스템 전략 작성에 대한 이론을 배우게 된다. 또 직접 만든 시스템을 가지고 전략 시뮬레이션 작업을 해보는 등 초·중·고급의 과정으로 나눠 진행된다.
기존 증권사들이 단순히 만들어 놓은 시스템트레이딩을 고객이 쫓아 매매하는 것이 아닌 직접 교육을 통해 투자자들의 참여를 높여 장기적으로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성신 센터장은 "`우리트레이더`를 통한 시스템트레이딩은 우리투자증권의 신사업 중 하나"라면서 "출발은 `고객들이 주식투자를 통해 돈을 벌게 하자`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투자철학없이 감으로 또는 남의 말을 따라 주식투자를 해서는 번번이 돈을 잃기 마련. 그래서 이 지점은 과거 성공적인 매매방식 통계를 통해 확률적으로 높은 투자 공식에 투자토록 한다.
김 센터장은 "미국과 같은 금융선진국에서는 시스템트레이딩이 하나의 투자방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됐다"면서 "특히 전혀 사전교육없이 투기성이 강하다는 선물옵션에 뛰어드는 투자자의 경우 시스템트레이딩을 이용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트레이더 고객 중 상당수도 선물옵션 투자자이다.
꾸준하게 교육정책을 펴온 결과 개점 2년이 되기도 전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점 개점 후 3년 정도는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인베스터` 기능을 우리트레이더에 추가했다. 국내 최초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자동매매할 수 있는 기능이다. 특허까지 받은 서비스이다. 적립형의 경우 자동매수금액을 5만원 이상, 자산관리형은 50만원 이상에서 만원 단위로 설정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스마트인베스터 교육도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기능을 우리트레이더에 계속해서 첨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버스 정류장 두, 세 개를 두고 대신증권 세 개의 지점이 있었다.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경쟁 속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전격적으로 세 개의 지점을 합치자는 결정이 내려지고 16명의 `금융주치의`를 배치했다. 대신증권 역삼지점과 삼성지점, 선릉지점이 통합하고 테헤란로 중심에 금융주치의 센터 1호점으로 자리를 틀었다.
증권사 지점에서는 쓰지 않는 팀(Team)제를 도입했다. 세 개의 금융주치의팀간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신인식 센터장은 "일반 고객들의 증권사 지점에 대한 인상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면서 "직원들이 고객을 일대일로 담당하면서 일방적인 종목추천이나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 사고도 많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것을 극복하고자 만든 것이 금융주치의팀이다. 그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를 산다면 왜 사야하는지를 5명의 팀원이 의논하게 된다"면서 "당연히 손실을 일으키는 사고가 적을 것"이라고 했다.
| ▲ 대신증권 금융주치의센터 1호점 지수전광판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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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은 앞으로도 금융주치의를 계속해서 길러낸다는 계획이다. 모든 영업점 직원의 직급앞에 `금융주치의`를 달아 이전보다 더욱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좀더 책임감을 갖고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이다.
신 센터장은 "인근에 기업들이 밀집돼 있어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알뜰하게 쓸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정식으로 개점하자마자 점심 시간을 이용한 세미나와 금융브리핑 등을 진행하고 있다. 햄버거와 같은 간단한 점심까지 제공하면서 벌써부터 신청자가 줄을 서고 있다.
신인식 센터장은 "금융주치의를 질을 높이기 위해 매달 역량시험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주먹구구식 지점 영업이 아닌 고객 자산의 주치의라는 생각으로 병이 완치될 때까지 책임질 수 있는 영업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