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美 재고 사상최저..`없어서 못판다`

by원정희 기자
2011.07.07 10:08:12

[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현대·기아차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창고에 물건이 쌓일 틈 없이 만들면 만드는대로 팔리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재고가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글로벌 시장 재고수준도 다르지 않다. 일본자동차업체들의 생산차질에 따른 반사효과와 함께 현대·기아차의 주력차종인 쏘나타, 아반떼, K5 등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생산물량이 이를 쫒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7일 현대·기아차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의 지난달 미국 시장 재고는 각각 1.7개월과 1.6개월로 2개월치에도 못 미쳤다. 통상 일본업체들이 2~2.5개월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1년 전인 작년 6월에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2.9개월에 달했지만 이후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오토모티브뉴스에서 미국내 딜러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집계한 재고일수 역시 6월초 현대·기아차는 21일에 불과했다. 미국 빅3업체는 평균 59일, 일본 빅3는 44일 등 전체 평균 49일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미국 재고수준은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직후 눈에 띄게 줄었다.

현대차는 4월에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들더니 5월과 6월 1.7개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아차 역시 ▲3월 2.6개월에서 ▲4월 2.1개월 ▲5월 1.8개월 ▲6월 1.6개월로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

도요타 등 일본업체들이 생산차질을 빚자 해당 수요가 현대·기아차로 옮겨오면서 판매가 늘어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5월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내 점유율 10%를 처음으로 돌파했고, 6월에도 9.9%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선전했다. 반면 도요타와 혼다 등은 전년보다 20% 이상 판매가 감소하는 등 부진했다.





상반기 동안 쏘나타와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가 각각 11만5014대, 9만5404대 팔리며 미국 시장 선전에 큰 몫을 해내고 있다.

기아차도 K5(뉴옵티마), 쏘렌토R, 쏘울 등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4월 이재록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기업설명회에서 "미국시장에서 K5와 스포티지R의 인기로 재고수준이 2.1개월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특히 K5는 재고가 0.9개월로 떨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공장도 풀가동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률은 112%에 달했고, 기아차의 조지아공장도 98.8%에 이른다.

고태봉 IBK증권 연구위원은 "생산만 늘어나면 더 팔릴 수 있지만 물량이 없어 사실상 못 팔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동시에 인센티브가 줄어드는데도 이만큼 나간다는 것은 질적개선의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판매세가 이처럼 늘어나자 현대·기아차는 최근 미국 시장내 연간 판매목표를 당초 101만대에서 105만7000대로 상향했다.

이를 위해 오는 9월부터 미국내 공장을 2교대에서 3교대 체제로 바꾸고, 특히 기아차는  9월부터 K5를 조지아공장에서도 생산함에 따라 생산량을 36만대로 20% 늘린다. 또 내년엔 브라질 공장 등이 완공되면 숨통도 트일 전망이다.

임은영 동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는 굳이 공장을 더 지어 물량을 크게 늘리기보다는 이를 브랜드 가치 상승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