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2.03.21 11:18:25
[edaily] "이 유조선 도면과 모래벌판 사진을 보시오. 훨씬 더 좋은 배를 이 모래벌판에 공장을 지어 만들어주겠소. 내 배를 사주시려오?"
유조선 도면과 황량한 벌판 사진을 들고 몇십만톤 유조선을 만들테니 배를 사라고 생떼를 쓰는 사람이 있다. 어이없는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제안을 듣고 선뜻 "그럽시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잘 알려진대로 정주영 현대 회장이 1970년 현대중공업을 창립할 무렵의 일화다. 그리스 선박업계를 오나시스와 양분했던 선박왕 리바노스는 당시 정 회장에게 선뜻 26만톤급 유조선을 2척이나 발주해줬다.
이번주 Credit Research 대상기업은 현대중공업이다. 세계 최대의 선박건조능력을 바탕으로 조선, 해양구조물, 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한 회사.
현대중공업은 2000년 계열사 구조조정 관련 유가증권 처분손실이 대거 발생한 후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조선업계 불황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하이닉스 문제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못했다.
2000년 상반기까지만해도 신용등급 A를 받았으나 2000년7월 BBB+로 두 단계 떨어졌고 이후 A-까지 복귀한 상태. 현대중공업이 처한 현 상황을 자세히 분석한 후 등급상향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현대중공업 : 회사채 A-, 기업어음 A2-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세계최대의 조선업체..가격경쟁력 "따라올 자 없다"
현대중공업은 건조능력과 실적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최대의 조선업체다. 설립 후 중공업관련 계열사의 흡수합병을 통해 조선, 해양구조물, 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효과가 큰 데다 전 선종에 걸쳐 건조경험도 매우 풍부하다.
조선업의 경우 선박가격의 10~15%를 엔진이 차치하는데 현대중공업은 세계최대의 선박용 엔진 제작업체이기도 하다. 다양한 종류의 선박 건조경험, 핵심기자재 자체조달 등을 배경으로 조선부문 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여기에 설계 및 건조현장 인력의 숙련도 및 엔지니어링도 우수하며 현대미포조선과 연계한 시너지 창출능력도 크다.
세계 1위의 시장지위, 우수한 영업수익성, 원활한 현금흐름 등에서 현대중공업은 국내 경쟁업체는 물론 일본 업체들도 압도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평가다.
*현대중공업의 주요 재무제표(자료:동양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