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외환거래 줄고 환율변동 위축..당국, 시장주도

by손동영 기자
2001.08.22 11:41:09

[edaily] 환율움직임이 안정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달러가치 급락을 경고하는 등 강한 달러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면서 엔화가치가 급격히 변화하는데 비해 원화가치는 거의 제자리를 지키고있다. 여름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탓인지 외환거래량도 많이 줄어들었다. 기업들의 달러수요나 공급이 많지않다. ◇외환거래량 급감 현물환 거래량은 올들어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 7월엔 하루평균 34억8220만달러가 거래됐다. 지난 1월의 20억8710만달러에 비해 70%가량 늘어난 것이고 상반기 평균인 26억3330만달러에 비해서도 30%가량 늘어난 것. 그러나 이달들어 지난 21일까지 하루평균 현물환 거래량은 26억7446만달러로 급감했다. 지난 20일엔 23억달러, 21일엔 22억달러가 거래됐을 뿐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한 딜러는 “지금 시장에 기업들의 네고물량이나 결제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현물환 거래량의 대부분은 은행간 투기적 거래가 차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율변동성도 억제..얇아진 외환시장 외환거래량 감소는 수출입 감소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7.7%, 수입은 12.9% 감소했다. 전월동기대비로도 각각 8.1%, 5.3% 줄어든 수준. 수출입의 절대규모가 이처럼 감소하면서 기업들의 실수요는 자연스레 위축되고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의지가 반영된 외환거래에 힘이 실리지않고있다. 한 은행 딜러는 “거래량이 적은 상태에서는 환율이 급등락할 여지가 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움직임이 더 제한된다”고 말했다. 당국의 의지를 거스르는 은행권의 투기적 거래가 성공할 여지가 극히 좁아지는 것. 1280원대 환율을 지키려는 당국의 의지가 강한 요즘, 달러매물을 쏟아내며 환율하락을 이끌 주도세력을 찾아볼 수 없다. 시장의 매물이 부족한데다 어느 세력의 의도적 매도가 나와도 국책은행 등 당국의 환율안정 의지를 대변하는 세력이 쉽게 물량을 흡수해가기 때문이다. 21일밤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의 환율상승세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달러/엔 환율이 다시 119엔대로 떨어지는 달러약세가 나타났지만 달러/원 환율은 오히려 1285원수준으로 올랐다. 119엔에서 1275원 환율을 봤던 지난 16일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만큼 1280원 아래쪽을 시도하기 껄끄럽다는 생각을 역외세력도 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달러가 원이나 엔의 강세로 직결될 지 의문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는 분위기지만 그 정도는 심하지않다. 달러/엔 환율의 경우 22일에도 119엔대로 떨어져있지만 추가하락은 막히고있다. 지난 16일이후 119~120엔 범위의 박스권을 새로 형성한 느낌이 들 정도다. 엔화 강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원화가 제자리를 지키면서 엔/원환율은 100엔당 107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 7월9일 100엔당 1028원까지 떨어지던 때와 비교하면 엔강세·원약세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상반기 엔/원 평균환율이 1070.78원과 비슷한 수준이란 점에서 최근 움직임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엔화강세에 대한 일본 외환당국의 잇따른 구두개입도 의미가 있다. 일본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상은 22일 “현재 엔화 수준이 적절하지 않다”며 엔화가 추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경우 개입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달러약세로 인한 엔화나 원화강세가 결코 순탄치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른 은행 딜러는 “외부환경의 변화가 환율방향에 가장 큰 변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급변동을 바라지않는 외환당국의 의지도 중요하다”며 “마침 당국의 의지가 관철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된만큼 당분간 외환시장의 활력은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